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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경기긴급점검-금융]돈 돌지 않는 시장…은행들 이익만 부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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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금융권 바깥의 예측과 달리 금융권 내부에서 감지되는 경기 반등 가능성은 매우 적다. 서민의 실질소득 감소로 은행 예금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출금리는 계속 오른탓에 은행권의 이익만 늘어나는 기형적 호황이 계속 되고 있다. 사진은 한 은행의 한산한 창구 전경 . 사진=뉴스웨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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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시장 안팎에서 경기 반등의 기미가 감지되고 있다는 여론이 퍼지고 있지만 정작 돈이 바쁘게 오가야 할 금융권은 경기가 반등하고 있다는 느낌을 체감하기 어렵다. 경기가 반등하려면 돈이 원활하게 돌아야 하는데 어디에선가 돈의 흐름이 정체돼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3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은행권 전체의 수신 규모는 소폭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정기예금은 자금 조달 유인 이슈의 약화로 인해 감소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수신 규모 감소 요인이 된 자금 조달 유인력 약화는 가계대출 증가와 실질소득의 감소로 현재 벌어들이는 돈을 당장의 생활비나 대출금 상환에 쓰는데 바쁘다 보니 은행으로 예금할 돈이 없다는 점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예금의 감소는 곧 소득과 저축의 감소다. 경기 호황으로 실질소득이 많아지면 미래 소비 여력 창출을 위해 적극적으로 저축에 나서지만 현재 상황은 그렇지 않다. 시장의 불황이 깊어 벌어들이는 소득이 많지 않기에 곧 당장 써야 할 돈만으로도 급한 상황이다.

금융권 밖에서 금융권 안으로 들어오는 돈의 흐름이 원활치 못한 탓에 금융권 내부에서 느끼는 불황은 상당하다. 문제는 금융권 밖에서 언급되던 ‘경기 반등론’이 금융권에서도 통할 가능성을 쉽게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에 있다.

◇‘급전’ 위해 보험 깨는 사람들 = 경기 불황과 실질소득 감소 현상이 아직도 꽤 심각하다는 증거는 금융권 내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실질소득의 감소로 은행 예금도 함께 줄어든 상황에서 보험 해지로 여윳돈을 마련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의 상황을 위해서 들어놨던 보험을 급전 마련과 보험료 납입 부담 해소의 이유로 급히 해지해서 당장의 소득으로 돌리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달 초 생명보험협회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생명보험사들이 고객에게 지급한 해지환급금(고객이 보험 상품 만기 이전에 계약을 해지할 경우 받는 돈)은 20조117억원이다. 이는 지난 2015년 말 기준 해지환급금 누적액보다 8.3% 늘어난 것이다.

해지환급금은 2014년부터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 2014년 17조1270억원이던 생보사의 해지환급금은 이듬해 7.8% 늘어나 18조4650억원을 기록했고 결국 20조원까지 늘어났다.

보험 상품은 통상적으로 여타 다른 금융사가 판매하는 금융상품보다 보상이 크지만 그만큼 만기가 길기 때문에 보험료 납입에 대해 가계에서 적지 않은 부담을 체감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당장의 부담을 줄이고자 원금 손실을 감수하고서도 보험 계약을 해지하는 것이다.

이처럼 원금 손실이 큰 상황에서도 갈수록 보험 해지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에 대해 내수 경기 불황이 장기화를 넘어 고착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판단이 짙어지고 있다.

◇돈 돌지 않아도 돈 버는 은행들 = 금융권을 드나드는 서민들은 깊어진 불황 탓에 하루가 멀다 하고 신음하고 있지만 금융권의 핵심인 시중은행은 불황 속에도 거액의 순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눈에 보이는 순익이 큰 탓에 금융권에 불황이 사라졌다고 오해할 정도다.

지난 19일부터 발표된 국내 대형 은행들의 1분기 순이익 현황을 보면 어마어마하다. KB국민은행이 6635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은행권 순이익 1위 자리를 꿰찼고 우리은행이 6375억원, 신한은행 5346억원, IBK기업은행 4377억원 등으로 순이익을 각각 기록하며 호실적 신바람을 뽐냈다.

시중은행의 주된 이용층인 서민들이 현금 부족으로 고생하는 상황에서 은행만 유독 호황을 타고 있지만 비결을 알고 보면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게 된다. 벼랑 끝으로 몰린 서민금융 시장 상황이 오히려 은행권의 배를 불린 셈이 됐기 때문이다.

은행권의 호실적 비결 중 가장 큰 요소는 예대마진의 확대다. 지난해 말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이후 은행권 대출금리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수신금리와 대출금리 사이의 차이(예대마진)가 커졌다. 예대마진 규모가 클수록 은행의 이익은 늘어난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올 1월 말 기준으로 집계한 은행권 신규취급액 예금금리는 연 1.51%로 지난해 말보다 0.05%포인트 떨어졌지만 같은 기간 대출금리는 연 3.51%에 달해 지난해 말보다 0.07%포인트 올랐다. 이로 인해 예대금리 차이가 4년 만에 처음으로 2%를 돌파했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가계부채를 잡겠다며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강화한 틈을 타서 은행권이 대출금리를 올리면서 예대마진이 더 늘어났다. 저금리 기조 속에서 은행이 대출금리를 올린 사이 서민들은 돈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가 됐지만 은행만큼은 쉽게 배가 부르게 됐다.

이 때문에 금융권 안팎에서는 은행권이 예대마진으로만 수익을 벌어들일 것이 아니라 다양한 채널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는 비판적인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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