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경기침체에 대선, 9일 연휴, 선물 소외등 악재만 수두룩
서울 양재동 aT화훼공판장에서 지난 1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심정근 화훼사업센터장과 화훼공판장 중도매인연합회 지웅식 회장이 꽃을 살펴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승호 기자 |
꽃이 운다.
어버이날(8일), 스승의날(15일) 등 5월 대목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카네이션, 장미, 국화 등을 찾는 발길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계속되는 경기 침체와 지난해 시작된 부정청탁금지법으로 가뜩이나 한산했던 꽃시장은 대통령선거와 최장 9일의 연휴를 앞두고 '엄동설한'이다. 게다가 선물 리스트에서 갈수록 꽃이 사라지는 우리의 문화도 시장 침체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2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4월1~17일 사이 카네이션은 한속당 평균 경매금액이 2868원으로 전년도(4월2~18일)의 3810원에 비해 약 75% 수준까지 떨어졌다. 장미도 같은 기간 1속당 3061원에서 2695원으로 하락했다.
지난해 5월 특수기(4월16~5월15일)에 카네이션은 5062원, 장미는 4814원까지 거래되기도 했다. 꽃의 단위인 '속'은 장미의 경우 10송이(본), 카네이션(스탠다드)은 20송이를 말한다.
문제는 석가탄신일(5월3일), 로즈데이(5월14일), 부부의날(5월21일)까지 포함해 각종 기념일이 몰려 있어 화훼업계에선 최대 성수기로 불리는 올해 5월이 자칫 사상 최악이 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aT 심정근 화훼사업센터장은 "부정청탁금지법 시행으로 경조사나 선물용으로 주로 쓰이던 난 등 화분 시장은 완전히 침체됐다. 과거 사례를 볼 때 대선도 꽃소비를 침체시키는 원인이다. 게다가 올해엔 연휴가 길어 많은 사람들이 여행 등 야외로 나가기 때문에 꽃 소비는 더욱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난류의 경우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경매거래량은 11% 줄었고, 특히 가격은 28%나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심 센터장은 또 "반려동물 시장과 꽃 시장은 거꾸로간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에선 화분이나 꽃을 놓지 않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농림축산식품부와 aT에 따르면 2005년 당시 국내 화훼생산액은 1조105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매년 시장이 축소되며 2015년 기준으론 6332억원 수준까지 추락했다. 이 기간 화훼재배면적은 7950ha에서 5831ha로, 화훼농가수는 1만2859호에서 8328호로 각각 줄었다.
시장이 극도로 위축되면서 화훼농가들이 파프리카, 딸기 등으로 작목전환을 하면서 재배면적과 생산농가가 크게 감소한 것이다.
중국 등 외국산 꽃의 공습도 국내산 꽃의 설자리를 점점 좁게 만들고 있다.
5월에 가장 많이 팔리는 카네이션의 경우 2012년 대비 2015년 현재 국내생산액은 143억원 정도에서 132억원으로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수입 카네이션은 18억원 가량에서 25억원으로 늘었다. 카네이션 수입량은 지난해 28억원으로 또다시 늘었다. 중국, 콜롬비아, 터키, 케냐 등이 주 수입국이다.
aT 절화부 오수태 경매실장은 "5월 가정의 달 특수에 따른 호재가 매년 있어왔지만 꽃 대신 현금이나 건강식품 등 선물로 대체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데다 특히 올해엔 정치(대선), 사회(부정청탁법), 문화(인식 저하)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5월 상황이 여의치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엔 6곳의 화훼공판장이 운영되고 있다. aT가 직영하는 서울 양재동 화훼공판장이 전체의 53%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 꽃 시장은 85%가 경조사나 선물용으로 소비되고 있다. 가정용은 15%밖에 되질 않는다. 경조사 등은 '김영란법'의 직격탄을 맞았다. 업자들이 조화나 화환에 한번 쓴 꽃을 재활용하는 것도 문제다. 일반 가정에서 꽃 소비를 많이 해줘야 관련 산업이 발전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꽃은 결국 '문화'다."
심 센터장의 말이다.
화훼산업을 담당하는 농식부나 aT도 고육지책으로 소비 활성화 방안을 내놓고 있다.
가정·사무실에서 꽃 소비확대를 위한 '1 Table 1 Flower' 운동, 슈퍼마켓·편의점 등에 '꽃 판매코너' 확대, 결혼식 등에서 하객들이 꽃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하는 '신화환' 보급, 청년창업과 연결시킨 '플라워트럭' 등이 대표적이다.
aT화훼공판장 중도매인연합회 지웅식 회장은 "꽃을 파는 상인들의 생각도 바뀌어야 한다. 꽃장사를 해서 많이 남기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꽃을 사간 고객이 1~2주일간 가정이나 사무실 등에서 오래보고 즐길 수 있도록 좋은 품질의 꽃을 파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상인들이 고객에게 판 꽃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호 기자 bada@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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