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돈을 많이 버는 것을 삐딱하게 볼 일은 아니다. 운영경비를 줄이는 등 허리띠를 졸라맸고, 위험 관리를 잘해 대손충당금을 쌓는 비용을 줄이는 노력 덕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매각 이익 등 일회성 요인도 있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꼭 개운한 것만도 아니다. 수익이 늘어난 것은 예대마진 등 순이자마진이 좋아진 데 기인한 측면이 크다. 순이자마진은 은행이 대출 등 자산을 운용해 벌어들인 수익에서 조달비용을 빼 운용자산 총액으로 나눈 수치이다. 미 금리 인상 여파로 지난해 말부터 시중금리가 오르기 시작한 데다 가계대출을 억누르기 위한 금융당국의 규제조치가 되레 대출금리를 올리는 쪽으로 작용하면서 예대마진 차가 커졌다. 결국 이자놀이로 재미를 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은행을 두고 자신들이 어려울 땐 세금으로 연명하면서, 시민들이 어려울 때는 제 잇속만 챙기는 ‘등골브레이커’라는 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은행들의 금리장사가 도를 넘었다는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은행은 저금리 기조하에서도 정부의 대출규제 완화로 이자수익을 늘려왔다. 그사이 가계대출은 1400조원을 넘어섰다. 매달 벌어서 생계비를 빼고 원리금 갚기도 어려운 한계가구는 200만가구에 달한다. 금리가 추가로 오르면 은행들의 대출금리 인상은 더욱 노골화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한계가구를 시작으로 대출자들의 부담이 크게 늘면서 경제 전체를 압박하게 될 것은 불문가지이다.
은행은 기업이기도 하지만 국가 경제 유지에 필수적인 공공재이다. 당연히 큰 틀에서 사회적 책임 의식을 갖고 경영이 이뤄져야 한다. 지금처럼 시민을 볼모로 한 고리대금업자 방식의 돈벌이는 안된다. 금융당국도 은행산업 발전만 강조할 게 아니라 금융소비자 보호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은행들의 불투명한 가산금리 결정 과정을 명확하게 가려내야 한다. 가계대출을 줄이기 위한 대출규제가 잘못된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은행 배불리기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도 들여다봐야 한다.
▶ 경향신문 SNS [트위터] [페이스북]
▶ [인기 무료만화 보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