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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마유크림` 中 짝퉁화장품과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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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구 클레어스코리아 대표

매일경제

중국산 짝퉁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만큼이나 국내 화장품업체들에 위협적이다.

클레어스코리아 마유크림 '게리쏭'이 대표적인 피해자다. 피부 치유 효과가 뛰어난 마유(말기름)를 사용해 누적 판매량(2014년 1월 출시) 3000만개를 달성한 이 제품을 똑같이 베낀 짝퉁이 버젓이 중국 유명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되고 있다.

그동안 속수무책으로 당해왔던 이현구 클레어스코리아 대표(45)는 요즘 중국산 짝퉁 마유크림과 '전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2월부터 중국 옌지에 현지인 30명으로 결성한 IP(Intellectual Property·지식재산권)팀을 가동시켰다. 이 팀은 중국 최대 유통업체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인 '타오바오'에서 가짜 게리쏭을 파는 현지 유통판매사 2만곳 중 1000곳에 항의 전화를 걸어 정품을 구매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다행히 알리바바그룹 계열사가 2015년부터 자사 쇼핑몰에서 가짜 제품을 파는 유통사들을 퇴출하는 '삼진 아웃제'를 진행하고 있어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 서울 퇴계로 사옥에서 만난 이 대표는 "100억원을 투자해 가짜 게리쏭 유통을 막을 것"이라며 "올해 중 중국과 국내에서 유통되는 가짜 게리쏭 가운데 30%를 정품 매출로 바꿀 계획"이라고 말했다.

게리쏭이 대박 난 후 중국에서 마유 화장품 제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삼국지에서 유비의 주치의인 화타가 병사들 상처를 치료할 때 마유를 사용한 스토리 영향이 크다. 화장품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마유 화장품 시장 규모는 1조3000억원. 중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게리쏭 덕분에 클레어스코리아는 2015년 매출 1665억원을 올렸다.

이 대표는 "모조품이 많아진 만큼 시장이 커지고 성장 여력이 더 생겼다고 본다"며 "다행히 게리쏭 정품을 찾는 중국 소비자들의 갈망이 커서 올해 모조품 퇴출에 따른 추가 매출 800억원을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륙을 적극 공략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현지 생산을 시작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드러그스토어 '왓슨' 중국 매장 2800개와 동방CJ홈쇼핑 등에 입점해 유통망을 넓혀가고 있다.

왓슨차이나 론칭 후 4개월간 평균 판매 성장률 57%를 보이며 호응을 얻고 있다. 2014년부터는 홍콩 태국 일본 러시아 캐나다 몽골 카자흐스탄 등 14개국으로 해외 시장을 넓혔다. 연평균 수출 증가율 120%를 기록하며 쾌속 성장하고 있다는 게 이 대표 설명이다. 올해는 아세안 시장 수출을 강화하기 위해 게리쏭 모델인 한류 스타 이광수의 팬 사인회를 29일 말레이시아에서 열 예정이다.

이 대표는 세계에서 통하는 화장품을 만들기 위해 지난해 화학·미생물 전문가 27명을 영입해 중앙연구소를 설립했다. 이곳에서 피부에 빠르게 흡수되는 '마유 리포좀 클러스터링' 기술을 개발해 아이크림, 선크림 등에 적용했다. 그는 "미래 성장동력이 될 신소재뿐만 아니라 쿠션을 이을 차세대 화장품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연구개발(R&D)에 매진한 결과 마유크림 게리쏭과 미백크림 '클라우드9'에 이은 히트 상품이 나왔다. 최근 론칭한 브랜드 'DLA' 팩트가 국내 홈쇼핑에서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메이크업 기능에 강력한 피부 회복 영양 성분을 더해 인기를 끌고 있다"며 "롯데·GS·홈앤·NS홈쇼핑 등으로 유통망을 확장해 매출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9월에는 경기도 김포시에 연면적 1만3980㎡(약 4229평) 규모 화장품 생산 공장 '코스나인'을 완공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제조업자개발생산(ODM) 사업에 뛰어들었다. 연간 1억개 생산 능력을 갖춘 공장으로 올해 관련 매출 250억원을 예상한다.

지난해에는 패션렌즈사업을 론칭하는 한편, C9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해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유진, 정준영, 정겨운, 가수 치타(본명 김은영), 윤하 등이 소속돼 있으며 오는 9월 걸그룹을 데뷔시킨다.

직장인밴드에서 기타와 보컬을 맡은 경험이 있는 이 대표는 "한류 핵심은 화장품과 문화여서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2013년 매출 50억원에 불과했으나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한 경험이 우리 회사 DNA에 저장돼 있어서 지속적인 성장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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