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규 차장 |
【서울=뉴시스】박정규 기자 = 제주공항의 활기는 여전했다. 중국인들이 빈 자리는 다른 이들이 메우고 있었다. 수학여행 온 학생들, 노랗게 흐드러진 유채꽃을 보러온 어르신들과 일본과 베트남에서 온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 1700만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800만명이 중국인이었지만 올해는 400만명 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보복조치로 중국이 한국 관광상품 판매를 중단한 지난달 16일 이후 방한한 중국인 관광객은 이미 60% 이상 줄어든 상황이다.
이런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해외여행의 경우 몇 달 전 미리 예약하는 것이 보통인 만큼 만약 중국의 조치가 철회된다고 하더라도 몇 달간 관광객 공백상태는 이어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중국 정부는 민간 차원의 조치임을 강조하면서 모르쇠로 일관하고 우리 정부도 이렇다 할 대응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현재 정부가 내세운 대책은 시장다변화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떠난 자리를 일본과 동남아 등 다른 나라 관광객들을 적극 유치해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관광업계는 중국인들에게 지나치게 의존해왔던 게 사실이다. 식당 메뉴판과 안내표지 등은 영어보다 중국어 표기가 더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연유에서건 저들이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하는 의구심은 진작부터 있어왔다.
시장다변화도 좋고 단체관광 대신 개별관광객을 늘리는 것도 다 좋다. 중요한 건 찾고 싶다는 생각이 들도록 우리나라를 매력적인 곳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런 근본적인 노력은 없이 숫자를 늘리고 이익을 키우는 데 급급했기에 중국인들에게 한국은 '저가 관광지'라는 인식을 심어준 것은 우리의 책임일 수도 있다.
그런 차원에서 시장다변화는 진작부터 공을 들였어야 할 부분이다. 외교만 균형이 필요한 게 아니다. 중국인 관광객은 감소했지만 다행히 일본이나 동남아 등 다른 나라 관광객들이 늘고 있고 내국인 관광객들도 증가하는 추세라고 한다.
지난 20일 들른 제주공항의 북적북적한 모습은 예전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다만 중국말 대신 우리말을 쓰는 관광객들이 훨씬 많아졌다는 게 차이였다. 정부의 뒤늦은 후회를 국민들이 달래주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이제라도 정부가 시장다변화의 필요성을 깨달았고 중국의 빈자리가 어느 정도 메워지고 있다는 점은 참 다행스런 일이다. 이런 정부의 노력이 만시지탄이 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pjk76@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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