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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가습기 살균제 참사’ 벌써 잊었나…화평법 또 제동 거는 재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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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개정안, 등록비 부담 많아 중소기업 존폐 위기” 주장

환경부 “유통 규모 따라 비용 면제 많아…논리 비약” 일축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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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막기 위해 제정됐던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 강화에 재계가 다시 제동을 걸고 나섰다. 화평법은 사업자가 연간 1t 이상 화학물질을 제조·수입할 경우 각 물질의 유해성 자료를 첨부해 정부에 등록해야 하는 제도를 담은 법으로 2013년 제정 당시에도 재계 압박으로 대폭 완화된 바 있다.

정부가 화평법 개정을 예고한 것은 지난해 12월이다. 국회의 ‘가습기 살균제’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의 여야 합의가 토대가 됐다. 기존 화평법에 따르면 등록이 필요한 ‘기존 화학물질’을 정부가 3년마다 지정·고시한다. 개정안은 ‘기존 화학물질’(약 7000종) 모두를 2030년까지 순차적으로 등록하게 했다. ‘기존 화학물질’은 1991년 이전부터 국내에서 상업용으로 유통됐던 화학물질을 뜻한다.

그러나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지난 10일 뒤늦게 ‘정책건의서’와 보도자료를 내 “등록 부담 때문에 중소기업은 상당수 물질 등록을 포기하는 등 매우 어려운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재 13.9%에 불과한 정부의 유해성 자료 생산 지원을 더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경총의 주장에 “논리 비약”이라는 입장이다. 현재 등록이 완료된 물질의 경우 독성시험 자료에 소요된 부담은 기업당 100만~670만원이었다는 것이다. 류연기 화학물질정책과장은 “유통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엔 면제되는 자료도 많고 (화평법 모태인) EU의 등록제도는 국가 예산 지원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경총이 반박에 나선 시점도 논란거리다. “온 국민이 가습기 살균제로 분노할 때는 조용해졌던 기업이 또 협박에 나섰다”(발암물질 없는 사회 만들기 국민행동)는 것이다.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선진국 수출 때는 더 강력한 기준도 지키면서 국내 기준은 지키지 못하겠다는 기업의 이중잣대가 다시 나왔다”고 비판했다.

다만 동물을 희생시키는 독성시험이 난무하지 않도록 업계와 정부 모두 노력을 기울일 필요는 있다는 지적도 있다. 화평법에 따르면 국제적으로 인증된 유해성 자료가 있으면 독성시험을 또 할 필요가 없지만 신규 화학물질은 독성시험이 필요하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는 “정부가 외국 자료를 더 적극적으로 인정해야 의미 없는 동물 희생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독성 전문가인 이종현 박사는 “재계는 국제 표준보다 더 간단한 대체시험법을 인정해달라는 입장인데, 세계적으로 화장품업계에선 시험법의 안전성을 스스로 입증해 동물 독성시험이 사라졌다. 이런 선례를 참고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윤경 기자 ky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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