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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7 (일)

"스타트업은 앱 만들고 SK는 데이터 공유"…'AI 연합군' 만드는 SK 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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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업 개발자 200명 초청해 왓슨 기반 앱 개발용 API 공개

올 6월 유통·헬스케어·금융 등에 활용되는 API 19종 상용화

중앙일보

박원진 에이유디(AUD) 사회적 협동조합 이사장이 29일 서울 청담동 드레스가든에서 열린 SK㈜ C&C '에이브릴 블루밍데이'에서 인공지능 청각장애인 음성통역시스템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김도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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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서울 청담동 드레스가든. 200여 스타트업 개발자들의 눈이 한 청각장애인 발표자에게 쏠렸다. 정확하지 않은 발음인데도 그의 얘기는 한글 자막으로 실시간 번역돼 행사장 내 빔프로젝터를 타고 전해졌다. 에이유디(AUD) 사회적 협동조합이 개발한 청각장애인용 소통 보조 애플리케이션 ‘쉐어타이핑(Share typing)’을 시연한 모습이다. 이 앱은 SK㈜ C&C의 인공지능(AI) ‘에이브릴’을 만나 진화를 거듭할 준비를 하고 있다. 발표에 나선 박원진 AUD 이사장은 “AI가 수많은 청각장애인의 발성 데이터를 학습하면 청각장애인 누구나 부정확하게 발음해도 자유롭게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기술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K㈜ C&C가 한국 스타트업과 함께 ‘AI 연합군’ 결성에 나섰다. SK는 개발자용 프로그램을, 개발자들은 애플리케이션 사용자들로부터 수집된 데이터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분업화한 AI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SK가 ‘에이브릴 블루밍데이’에 참여한 200여 명의 스타트업 개발자들에게 공개한 인공지능 앱 개발 프로그램(API)은 IBM이 만든 왓슨 기반이다. 이 프로그램은 현재 베타버전이지만 올해 6월쯤 유통·헬스케어·제조업·금융·교육·법률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할 수 있는 20여 개의 API를 상용화할 방침이다.

API는 앱 개발자들에게 제공하는 일종의 ‘레고(LEGO)’ 블록으로 비유할 수 있다. 레고는 블록을 조립하는 사람의 의도에 따라 보물선·우주비행선·자동차 등 다양한 형태의 장난감을 만들 수 있다. 개발자들은 SK㈜ C&C의 API ‘에이브릴’을 조작해 구상하는 데 따라 다양한 앱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SK㈜ C&C는 이날 행사에서 현재 개발 중인 API 중 일부만 소개했다. 소비자 상담용 채팅로봇(챗봇) API는 온라인 상거래나 모바일 금융 등 복잡한 상담원 연결 절차를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될 목적에서 개발됐다. 가정교사를 대신할 교육용 API도 선보였다. 학습자가 자주 틀리는 패턴을 분석해 약점을 보완할 수 있게 하고 학습 수준에 맞춰 문제 난이도를 조절해주는 ‘지능형 문제집’ 개발로 활용될 수 있다.

에이브릴 API의 장점은 IBM 왓슨의 자연어처리 기술이 그대로 적용됐다는 데 있다. 왓슨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하는 대화를 학습하기 때문에 언어의 사전적 의미뿐 아니라 숨은 의도까지 파악해 낼 수 있게끔 설계됐다.

박용후 피와이에이치 대표는 “머신러닝 기반 왓슨은 ‘화장실’이란 단어를 직접 얘기하지 않고 ‘신호가 온다’라고만 얘기해도 화장실 위치를 알려줄 수 있다”며 “머신러닝 기능이 없는 음성인식 제품은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화장실’이란 키워드가 있어야 만 음성을 알아듣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SK의 ‘AI 연합군’에 합류하면 SK㈜ C&C의 엔지니어들이 직접 앱 개발 관련 기술을 자문해주고 서비스 기획 단계에서부터 일대일 컨설팅을 받을 수 있다. 또 대기업의 마케팅·홍보 인프라를 활용해 해외 진출도 돕는다. 스타트업 개발자들은 에이브릴 포털에 회비를 내고 정회원으로 가입하거나 API 사용량에 비례한 금액만 내는 ‘종량제’ 방식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나 정보기술(IT) 기업들이 AI 관련 스타트업과 협업에 나선 이유는 앞으로 관련 시장 규모가 큰 폭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시장분석기관 ICD는 지난해 2020년 AI 시장 규모를 2016년(8조원)보다 6배가량 큰 47조원로 전망했다.

AI 플랫폼 선점 경쟁은 앞으로 얼마나 더 폭넓게 연합군을 만들었느냐로 성패가 갈릴 전망이다. 더 많은 데이터를 학습해야 더 똑똑해지는 기계학습 구조 상 데이터를 계속해서 공급해 줄 수 있는 조력자들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빅스비’를 개발한 삼성전자도 외부 개발자들이 자유롭게 빅스비 기반 앱을 만들 수 있는 개발도구(SDK)를 공개할 예정이다. 장현기 SK㈜ C&C 에이브릴플랫폼 팀장은 “맛집·관광 명소·법원 판례 등 똑똑한 인공지능 검색이 이뤄지려면 결국 데이터가 많아야 한다”며 “스타트업은 API를 자유롭게 활용해 앱을 만들고 앱으로 수집된 데이터를 플랫폼에 올려 데이터 공유 체계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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