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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세월호 인양]“선체 절단 땐 유해 유실 위험, 시간 걸려도 온전한 수습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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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발굴 전문가’ 박선주 교수 인터뷰

경향신문

26일 오전 전남 진도군 세월호 참사 해역 부근에 정박 중인 반잠수식 선박 ‘화이트마린호’에 세월호가 완전히 선적돼 선체 전체 모습이 보이고 있다. 진도 |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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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수습자 가족들의 동의 없이 세월호 선체를 절단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박선주 충북대 고고미술사학과 명예교수(70·사진)는 지난 24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선체를 절단해 유해를 빨리 찾아내는 방법도 있겠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직 유해를 찾지 못한 미수습자 유족들의 애타는 마음”이라며 “아무리 시간이 걸리더라도 미수습자 유족들의 의견에 따라 온전한 유해를 수습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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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교수는 유해발굴 권위자다. 2000년부터 2007년까지 6·25 전사자 유해 발굴단장을 맡았던 그는 국방부 유해발굴 전문부대인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 창설에 큰 도움을 주기도 했다. 2006년에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원회)에서 민간인 희생자 유해발굴 조사단장을 맡아 유해발굴을 주도했다. 2010년 진실화해위원회의 활동이 중단된 이후에도 그는 매년 전국을 돌며 민간인 희생자들의 유해를 발굴하고 있다.

27일 박 교수는 국회를 찾는다.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와 세월호 피해가족들을 대상으로 한 토론회에서 미수습자 수습 방안을 발표하기 위해서다. 그는 이 자리에서 세월호의 상황과 선체 내부에 있는 유해 상태, 유해 수습 시 주의할 점 등을 설명한다. 세월호 절단 논란에 대해서 박 교수는 유실 위험을 이유로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배 안의 상태와 유해의 상황을 확인하지도 못했는데, (선체) 절단을 해 버린다면 유해들이 모두 섞이거나 유실 위험이 있다”며 “우선 수색팀이 진입해 유해를 찾아본 뒤 선체 안의 상황과 유해 상태 등을 보고 유족들과 상의해 결정을 내려도 늦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유해를 찾기만 한다면 신원 파악은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사고 당시 7세인 권혁규군은 아직 성장판이 닫혀 있지 않아 금방 구별할 수 있고, 4명의 고등학생과 성인들도 골반뼈 등이 발견되면 특징에 따라 나이와 성별 구분이 가능하다. 뼈만 있다면 DNA검사를 통해 신원을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세월호 선체 내부 펄(진흙)의 유무에 따라 유해 상태가 달라진다. 세월호 내부의 미수습자 유해가 펄에 묻히거나 그 위에 쌓여있다면 훼손과 유실이 최소한으로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해조류 등이 선체 내부에 있다면 해양생물과 고착생물로 인해 유해의 훼손 정도가 심해지고 유실될 위험도 클 수 있다.

박 교수는 세월호 미수습자 유해 수습 기간을 5개월 정도로 보고 있다. 그는 “옷이나 신발 등 세월호 내부에서 발견되는 모든 것에서 유해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전문가를 투입해 수습을 진행해야 한다”며 “뼈 한 조각이라도 유실되지 않게, 가족들에게 돌려줘 유족들의 슬픔을 달래주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이어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안전하게 보호해주는 시스템을 갖고 있어야 한다. 이것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아이들과 민간인들이 억울하게 희생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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