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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세월호 인양]“이젠 마지막, 아이들 보내줘야죠” 팽목항으로 몰려든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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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세월호 순간’ 보려 전국서 방문객

-미수습자 팔순 노모 오열에 주위도 숙연


[헤럴드경제(진도)=유오상ㆍ손지형ㆍ심우현 기자] 목포에서 내려왔다는 김두현(57ㆍ자영업) 씨는 24일 오전 8시께 진도 팽목항을 찾았다. 김 씨는 세월호 인양에 걸림돌이었던 램프가 제거되고 인양이 임박했다는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왔다고 답했다. 그는 “우리 아이들을 보내주러 왔다”며 “유가족은 아니지만, 미수습된 아이들이 차가운 바다에서 나와 목포로 옮겨진다는 소식을 듣고 더 늦기 전에 찾아왔다”고 말했다.

세월호 인양이 임박해오면서 진도를 찾는 시민들은 입을 모아 “이제야 차가운 바다에서 나오게 된 아이들을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특히 전날까지 인양 작업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혹시나 인양에 실패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까지 겹쳐 팽목항은 사람들로 붐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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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인양 임박 소식이 알려지며 항구 주변은 팽목항에서의 마지막 모습을 확인하려는 시민들로 붐볐다. [사진=손지형 기자/consno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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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인양 일정이 늦춰졌다는 소식을 듣고 경남 진주에서 왔다는 서성일 씨는 “한 번 와야지 생각만 하고 있다가 인양이 지연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더는 미룰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아침부터 짐을 챙겨 동생들과 함께 왔다”고 말했다. 서 씨는 “온 국민이 원하고 있는 인양인데 혹시나 더 늦춰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며 “세월호는 이제 팽목항을 떠나지만, 이곳을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다”고 전했다.

서 씨처럼 인양 지연 소식을 듣고 찾아오는 시민들이 늘어나면서 팽목항에 대기하고 있던 경찰들은 모두 도로로 나와 교통 통제를 해야 했다. 경찰 관계자는 “오후부터 방문객이 늘어 인근 도로가 모두 혼잡한 상황”이라며 “그래도 이렇게 찾아오는 시민들을 누가 막을 수 있겠냐”고 말했다.

이들은 팽목항에 설치된 세월호 기념 조형물과 분향소를 방문하고 먼발치서 사고해역을 바라보며 안타까운 심정을 내비쳤다. 서울에서 내려왔다는 김진주(36ㆍ여) 씨는 “자식을 가진 입장에서 어떻게 남겨진 가족들의 마지막 심경을 외면할 수 있겠냐”며 “잊지 말아야할 순간이라고 생각해 가족들과 함께 왔다“고 했다.

현장은 세월호 미수습자 양승진 교사의 어머니인 남상옥(84ㆍ여) 씨가 나타나며 분위기가 더욱 무거워졌다. 남 씨는 사고해역을 향해 “가정에서도 충실하고 학교에서도 충실했던 아들이 이렇게 하루아침에 갈 줄은 누가 알았겠느냐”며 “진짜 보고 싶은데 언제 만나냐, 엄마 간다”고 오열해 주위를 숙연케 했다. 일부 시민들은 남 씨를 위로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팽목항은 혹시나 인양이 연기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에 밤늦게까지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그러나 24일 오전 인양에 걸림돌이었던 선미 램프가 제거되고 인양이 재개됐다는 소식에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아침 일찍 가족과 함께 팽목항을 찾았다는 이성수(51) 씨는 “가족과 함께 무거운 마음올 오고 있었는데 라디오를 통해 인양 재개 소식을 들었다”며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의 애타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진정될 것 같아 지금은 정말 기쁘다”라고 말했다.

팽목항에 마련된 세월호 희생자 가족 휴게소의 분위기도 밝아졌다. 김성훈 전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조사관과 유가족들은 이날 오전 8시께 가족휴게소에서 아침식사를 하며 램프 절단 성공과 인양 재개 소식을 반겼다. 한 유가족은 “그래도 빨리 문제를 해결하고 다시 인양을 한다니 얼마나 다행이냐”며 “이후 절차도 무사히 진행되기만을 바란다”고 했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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