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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조환익 한국전력공사 사장 "英 원전사업 뛰어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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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총회서 임기 1년 재연임 임기 끝날땐 최장수 CEO 등극
뉴젠 부채.자본비율 정보수집.. 운영권 얻으려면 10兆 필요


파이낸셜뉴스

조환익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영국 원자력발전 건설사업에 뛰어들겠다"고 지난 21일 밝혔다. 한전이 영국 원전사업 진출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전이 영국 원전 컨소시엄인 뉴제너레이션컨소시엄(NuGen·뉴젠) 지분 인수에 성공하면 지난 2009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 수주 이후 8년 만에 해외 원전사업 진출이다. 이날 조 사장은 주주총회에서 임기 1년의 재연임이 확정됐다. 내년 3월까지 임기를 다하면 재직기간은 5년3개월, 역대 최장수 최고경영자(CEO)다.

조 사장은 이날 세종시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영국 원전 컨소시엄 뉴젠의 부채.자본 비율 등 매각 관련 구조가 정해지면 한전이 가장 빨리 (뉴젠 지분 인수전에) 뛰어들겠다"고 말했다. 뉴젠의 대주주인 일본 도시바가 매각하는 지분을 한전이 인수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조 사장은 도시바의 미국 웨스팅하우스 지분을 직접 인수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조 사장은 "오해가 있는데, 도시바 지분을 인수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했다. 또 그는 "도시바의 지분 인수는 반도체 업체가 참여할 문제다. 한전이 참여할 부분은 없다"고 못박았다.

도시바는 미국 원전업체 웨스팅하우스의 최대주주다. 지난 2006년 도시바는 원전 원천기술을 보유한 미국 웨스팅하우스를 54억달러의 거액에 인수했다. 하지만 미국내 원전 공사가 수년째 지연되자 손실이 7조원대로 불어났다. 위기에 빠진 도시바는 결국 웨스팅하우스 지분 절반 이상을 매각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런 도시바가 대주주(지분 60%)로 프랑스 전력회사 엔지(40%)와 합작해 만든 컨소시엄이 뉴젠이다.

현재 도시바의 뉴젠 매각은 지분 전부 또는 일부를 어떻게 매각할지 구조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뉴젠은 여러 잠재적 투자자들과 협상 중인데 한전도 그 중 하나다. 한전과는 지난 2013년부터 투자협상을 해왔는데 잠시 중단됐다가 최근 지분투자와 건설 참여방안에서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조 사장은 "현재 물밑에서 뉴젠 지분 인수와 관련, 여러 정보를 얻고 있다"고 했다. 조만간 부채, 자본 비율에 따른 매각 구조가 정해질 전망이다. 한전이 뉴젠 운영권을 갖는 수준의 지분을 인수한다면 단순 추산해 10조원 안팎의 자금이 필요하다. 현재 한전의 현금성 자산은 3조원대에 이른다.

조 사장은 뉴젠 지분 인수전과 함께 한국형 원전(APR1400)의 해외시장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올해 말까지 제안서를 낼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도 2~3년 이내에 신규 원전을 발주한다"고 했다.

조 사장은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한 에너지 신사업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그는 "전기를 팔아서 먹고 사는 시대는 끝났다. 온실가스 감축 등에 따라 앞으로 전기(판매)만 갖고는 수익모델이 나오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한전은 최근 2년 연속 10조원대 영업이익을 냈다. 역대 최고수준이다. 여름 폭염 탓에 전기 판매가 급증한데다 저유가 등 사업여건도 좋아서다. 하지만 전기판매 중심의 기존 전력사업 호황이 지속될 것이라 장담하기 어렵다. '호황일 때 위기를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 조 사장의 생각이다.

조 사장은 "독일 유틸리티 회사인 RWE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104%나 떨어졌다. 독일 최대 전력회사인 에온(EON)을 비롯, 프랑스 엔지 등 해외 업체들 모두 이익이 줄고 시가총액이 반토막 났다. 기존 전력 판매사업에서 신재생에너지 등 주력사업을 바꾸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전 역시 올해는 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한전도 파괴적 혁신을 해 신사업에 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사장이 그리는 비전은 이른바 '업(業)의 변화'다. 전력회사를 넘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새로운 에너지 플랫폼 기업이 그것이다. 조 사장은 "스마트홈,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 디지털변전소, 신재생에너지에 더 많이 투자해야 한다.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의 기술을 연결해 한전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그중 하나가 스마트 에너지플랫폼이다. 조 사장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전국 900만개의 전신주(기지국), 연간 3조3370억건의 빅데이터다. 어느 기업이 가질 수 없는 한전의 강점이라는 것이다. 이를 활용해 노약자 보호 등 공공서비스, 미세먼지 측정, 유동인구.교통상황 분석 등 다양한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 한전은 전력 빅데이터의 공유 자원화, 차세대 에너지관리시스템 고도화 등 미래사업에 오는 2020년까지 764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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