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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진흙탕 싸움' 금호타이어 매각…결국 갈 곳은 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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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리포트]산은, 컨소시엄 허용 여부 부의 못해...금호·더블스타, 법률 자문 받고 있어]

금호타이어 인수전이 날이 갈수록 '진흙탕 싸움'이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채권단(주주협의회), 중국 더블스타의 입장이 첨예한 가운데 정치권도 한마디씩 거들면서 점점 일이 꼬이고 있다.

KDB산업은행(산은) 등 채권단은 박삼구 회장이 요구한 컨소시엄 구성 가능 여부를 논의조차 못하고 있다. 결국 어떤 과정으로 가든 결론은 소송전이란 게 업계의 시각이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산은이 금호타이어 우선매수청구권을 박 회장의 컨소시엄에 양도하는 안건 부의를 연기했다. 대신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추가적인 법률 검토에 들어갔다.

금호타이어 주채권은행인 산은은 당초 지난 20일 주주협의회에 컨소시엄 허용 안건을 서면부의하고, 22일까지 기관들의 의견을 모아 결론을 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를 연기하면서 금호타이어 매각은 다시 미궁으로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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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구 "컨소시엄 구성 당연" vs IB "남의 패 다 보는 격"=금호타이어 매각은 지난 13일 더블스타에 금호타이어 보유지분 42.01%와 경영권을 9550억원에 넘기는 SPA를 체결하면서 순탄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같은 날 박 회장 측이 "우선매수권 행사를 위한 컨소시엄 구성이 안되면 인수를 포기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일이 꼬였다.

박 회장은 지난 17일 기자를 만나 "약정서에 ‘승인이 없는 한’이라고 넣은 것은 주주협의회의 승인이 있으면 해준다는 얘기"라며 "그때(약정서 체결 당시) 해주지 않으려고 했다면 '절대' 안된다고 약정서에 넣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연히 박 회장이 경영권을 갖는 형태의 컨소시엄 구성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약정서를 체결한 2010년엔 박 회장이 실질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 없어 인수 주체를 개인자격으로 했다는 것. 이것은 박 회장이 처음부터 FI(재무적투자자)보다는 SI(전략적투자자)를 염두에 두고 인수자금을 조달한 것에서도 잘 나타난다.

하지만 산은 등의 시각은 다르다. 지난해 매각을 시작할 때부터 컨소시엄 구성 등 제3자에게 우선매수권의 일부를 넘겨서는 안된다고 못 박았다는 것이다. 매각 공고 후 입찰자에 매각과정 설명을 할 때도 박 회장은 개인자격으로만 참여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금호타이어 입찰에 참여한 IB업계 관계자는 "처음부터 산은이 박 회장은 개인자격으로만 참여한다는 안내를 했다"며 "박 회장이 SPC(특수목적법인)를 만들어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특혜를 준 것으로 컨소시엄이 가능했으면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가치가 5400억원 정도인 금호타이어 지분(42%)이 1조원 가까이 오를 수 있었던 배경에도 박 회장의 우선매수권 행사 조건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2015년부터 금호타이어 인수를 준비해온 중국 기업들 사이에서 박 회장이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수 없을 만큼의 높은 가격을 입찰가로 써내자는 분위기가 있었다는 것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박 회장도 경쟁입찰에 참여했다면 컨소시엄 구성이 가능했다"며 "이제 와서 컨소시엄을 구성할 수 있도록 요청하는 것은 ‘남들 패’를 다 보고 인수하겠다는 심보밖에 안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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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상표권에 정치권까지…산은, 갈수록 태산=금호타이어 인수전이 '뜨거운 감자'가 되면서 갖가지 문제와 우려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정치권이 매각문제에 나서면서 산은 등 채권단은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먼저 금호타이어가 정부 지정 방산업체인 게 문제가 됐다. 지난 21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이 문제가 언급됐다.

외국인투자촉진법상 외국기업이 방산업체를 인수하려면 산업통상자원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또 일부에서는 군용기와 군용트럭에 타이어를 납품하는 업체가 외국기업에 넘어가면 기술 유출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채권단은 금호타이어 방산부문이 전체 매출(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 2조9472억원)에서 0.2%도 되지 않을 만큼 작아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금호타이어 방산부문 매출은 지난해 기준 약 48억원밖에 안된다. 더블스타도 이같은 부문은 모두 검토한 상황이다.

상표권도 아직 해결되지 않은 부분이다. '금호' 상표권은 현재 금호산업과 금호석유화학이 보유하는데 금호산업이 상표권을 넘겨줄지 아직 정리가 안됐다는 지적이다. 금호석화는 5년간의 상표권 사용 요청을 구두 허락한 것으로 전해진다.

금호아시아나는 "상표권 이전은 금호산업의 이사회가 결정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만약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를 가져갈 경우 상표를 사용할 수 없게 돼 추후 매각가 인하 등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여기에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대선주자들이 고용승계 문제 등을 들어 금호타이어의 매각에 부정적 입장을 나타낸 것도 산은에는 부담이다. 이재명 성남시장의 경우 민관합작펀드를 만들어 금호타이어를 인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더블스타는 이날 금호타이어 고용을 승계하고 지역인재를 더 채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같은 정치권의 반응을 바라보는 재계의 시각은 곱지 않다. 재계 관계자는 "선거 때문에 민간에서 이뤄지는 M&A(인수·합병)가 영향을 받는 것은 잘못된 것 같다"며 "정치권이 또 선거에서 산업을 볼모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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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스타 인더스트리 4.0 공장 전경 /사진제공=더블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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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사옥도 뺏길 판…결론은 '소송전'=
박 회장과 더블스타, 산은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결국에는 소송전으로 갈 것이란 게 업계의 전망이다. 박 회장은 법무법인 김앤장과 세종을, 더블스타는 세계 3대 로펌인 영국 클리퍼드찬스를 자문사로 두고 있다. 이와 별개로 더블스타는 국내에서도 지원을 받는 로펌을 뒀다.

컨소시엄을 허용하면 우선협상자로 SPA를 체결한 더블스타가, 허용하지 않으면 박 회장이 소송을 낼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은 우선 매각 과정을 중지시키는 가처분신청을 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 경우 금호타이어 인수전은 장기화가 불가피하다.

일부에선 인수전이 장기화해 매각 자체가 무산되기를 박 회장이 바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경우 매각을 진행한 산은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금호아시아나가 매각이 지연되기를 원하는 이유는 또 있다. 금호타이어가 넘어갈 경우 자칫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금호아시아나 사옥(금호사옥)도 넘어갈 수 있어서다.

금호타이어는 2010년 2월 금호사옥 주식을 아시아나항공에 매각했으나 내년 2월까지 매각한 지분을 다시 사올 수 있는 권리(콜옵션)를 갖고 있다. 금호타이어의 주인이 금호사옥의 주인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내년 2월이 지나면 콜옵션이 사라지기 때문에 금호아시아나 입장에서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시간을 끄는 것이 유리하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김남이 기자 kimnam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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