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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사설]주당 52시간 노동시간 단축, 삶의 질 높이는 계기 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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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20일 고용노동법안소위원회를 열어 주당 최대 노동시간을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처리하기로 공감대를 이뤘다. 개정안의 세부사항을 놓고 원내 교섭단체 4당의 입장이 조금씩 달라 국회 논의 과정이 순조롭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대전제에는 이견이 없는 만큼 고질적인 장시간 노동 관행을 깨는 계기가 될 수 있어 평가할 만하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주당 법정노동시간 40시간에 연장근로를 12시간으로 제한하면서도 연장근로와 휴일근로 개념에 대한 규정이 없다. 다만 고용노동부가 행정해석을 통해 “휴일근로는 연장근로에 포함하지 않는다”고 정의함에 따라 토·일요일 8시간씩 16시간의 추가근로가 가능했다. 사실상 주당 최대 노동시간이 68시간이었던 셈이다. 국회 환노위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주당 최대 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명시했다. 이를 어기는 사업주는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했다. 다만 법 적용 유예기간과 연장·휴일근로 수당에 대한 할증률을 놓고 환노위 위원들 간 이견이 있어 23일 다시 논의키로 했다.

한국 노동자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2113시간(2015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평균 1766시간) 중 두 번째로 길다. 2113시간을 하루 법정 노동시간인 8시간으로 나누면 OECD 평균보다 두 달을 더 일하는 셈이다. 장시간을 일하면서도 시간당 노동생산성(31.6달러)은 OECD 최하위권이다. 주당 52시간 넘게 일하면 우울증이나 불안장애가 두 배 이상 늘어나고, 직장인 3명 중 1명은 과로사 위험에 처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주당 노동시간이 52시간으로 단축되면 기업들은 신규 인력이 필요하게 되고, 이는 일자리 창출과 일자리 나누기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럼에도 기업들은 매출 감소와 납기 지연, 인건비 부담이 늘어날 것을 우려해 노동시간 단축에 부정적이었다. 이를 해결하려면 현행 급여체계를 개선할 수 있도록 노사 간 대화와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 노동시간 단축 방안은 2013년부터 추진돼 왔지만 시행시기와 방법을 둘러싼 노사정 이견으로 번번이 입법이 무산됐다. 하지만 이번만은 주당 노동시간 52시간 법제화를 통해 장시간 노동이 일상화된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전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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