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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2 (수)

취임 20주년 서경배 회장, 해외출장 갈 때 꼭 챙기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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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탈한 리더십'으로 '원대한 기업' 도전 계속

20년새 매출10배·영업이익20배↑…아세안 본격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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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자택 개인 서재. 아모레퍼시픽 제공©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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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 회장이 장인 신춘호 농심 회장에게 선물한 라면 조형물©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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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친구들이 내가 라면을 좋아하는 걸 보면서 국숫집에 장가를 갔구나 하더라고."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이 해외출장 갈 때 꼭 챙기는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 홍보용 화장품? 입을 옷? 비행기에서 읽을 책? 검토할 서류? 서 회장이 직접 밝힌 정답은 '라면'이다. 서 회장은 젊은 청년 때부터 최근까지 해외 출장을 갈 땐 라면을 가방에 넣어간다고 밝혔다.

서 회장은 또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때면 '라면 요리사'를 자청한다. 최근에도 가족들과 식탁에 둘러앉아 이탈리아 병사들이 전쟁 중에 파스타를 삶아 먹다 식수가 고갈돼 영국군에게 항복한 이야기를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전했다.

라면을 좋아해서였을까. 서 회장은 신춘호 농심 회장의 막내딸 신윤경씨와 1990년 결혼해 가정을 이뤘다. 서 회장은 부친 故 서성환 회장을 비교적 젊은 나이인 40세에 작고하면서 부친과 절친한 사이였던 장인(신 회장)을 아버지처럼 모시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 회장은 2년 전엔 신회장에게 대형 라면 조형물을 선물하기도 했다.

서 회장의 소탈한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이야기는 또 있다. 출장지인 중국에선 호텔 조식이 질려 임원들을 데리고 근처 시장 골목 한 만둣집을 찾았다는 것. 가게에 자리가 없어 서서 만두 한 입을 베어 물고 임원에게 "이렇게 맛있는 만두 먹어본 적 있어요?"라고 말을 건넸고 네 사람이 만두를 종류별로 배불리 먹고도 15위안(약 2500원) 밖에 안 나와 함께 웃었다는 이야기다.

이처럼 서 회장이 취임 20주년을 3주 앞두고 출간한 '멀리 보려면 높이 날아라'를 읽어보면 '소탈한 리더십'이 잘 나타나 있다. 서 회장은 '함께 더 멀리 가기' 위해 소통이 필요하고 소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열린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서 회장이 다양한 직급의 직원들과 해외출장을 떠나 도착하자마자 면세점에서 와인을 구매한 일화도 있다. 일을 마치고 밤늦은 술자리에서 한 명 한 명에게 술을 따라주며 저마다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마련했다. 그러자 누군가는 삶에 대해, 누군가는 일에 대해, 또 다른 누군가는 개인적인 고민을 얘기했다.

서 회장은 편안한 분위기를 위해 이렇게 마무리했다. "누구 한 명이 대표하는 팀이 아니라 다 같이 잘하는 팀이 됩시다.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비범한 결과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멋진 일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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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회장을 경험한 대다수 직원은 실제로 '수평적인 리더'라고 입을 모은다. 한 직원은 "1년 중 3분의 2 이상 출장 다니며 현장을 직접 방문해 영업 임직원들과도 소통하며 현장을 강조한다"며 "또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만들어 열린 소통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기 위해 항상 고민하신다"고 말했다.

서 회장은 갓 입사한 직원에게도 깍듯하게 대하고 이름에 '님'자를 붙여서 부른다. 함께 일하는 직원들의 얼굴과 이름은 많이 알면 알수록 좋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서 회장의 방침에 따라 2002년부터 모든 호칭을 '님'으로 통일해 사원도 서 회장을 '서경배님'이라고 자유롭게 부른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서 회장은 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몇 가지 제도를 고안하기도 했다. 출근 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시차출퇴근제도' 현장 근무가 잦은 영업사원들을 위한 '현장출퇴근' 등이다. 또 공휴일 사이에 끼어 있는 샌드위치데이는 지정 휴일로 정하고 생일이면 오전에만 근무하고 퇴근할 수 있게 했다.

서 회장의 소통 중심 경영 방침으로 직원들이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자 아모레퍼시픽 실적은 수직으로 뛰고 있다.

20년간 아모레퍼시픽 매출은 6462억원에서 6조6976억원으로 약 10배, 영업이익은 522억원에서 1조828억원으로 약 21배 증가했다. 수출액은 1996년 94억원에서 지난해 1조6968억원을 달성해 약 181배 늘었다. 대표브랜드 설화수는 2015년 국내 단일 화장품 브랜드 최초로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아모레퍼시픽은 과거 현지 에이전트를 통해 진행한 해외사업들을 2002년부터 직접 진출 형태로 전환해 현재 14개국에서 19개 해외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서 회장은 지난 18일 취임 20주년을 맞아 '원대한 기업'을 향한 미래 비전 달성을 다시 한 번 다짐했다. 서 회장은 1997년 3월18일 태평양 대표로 취임했다.

서 회장은 중화권을 넘어 싱가포르·말레이시아·태국을 브랜드를 구축하는 기점으로 삼고 신흥시장인 베트남·인도네시아·필리핀을 공략하기 위한 장기 계획을 세웠다. 미주 시장에서도 올 하반기에 이니스프리를 추가 론칭해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방침이다.

서 회장은 "아모레퍼시픽은 20년 전 다시 태어난 것이나 다름없다"며 "태평양 너머를 꿈꾼 창업정신을 계승하고 현재의 여러 위기를 극복해 인류에게 공헌이라는 원대한 기업 비전을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idea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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