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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0 (일)

"커피와 사람의 공통점이요? 그것은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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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飛上)한 아이들⑩] 아이들을 살린 '한마디'

대전CBS 김정남 기자

대전CBS는 가정과 학교에서 보호받지 못했지만 사회의 관심과 도움으로 성장한 청소년들의 사례를 매주 소개했다. 가정과 학교를 떠난 뒤 가출·비행청소년이라는 편견에 더욱 움츠러들 수도 있었던 아이들을 날아오르게 한 것은 다름 아닌 '따뜻한 말 한마디'였다. 마지막 순서로 위기의 갈림길에 섰을 때, 아이들을 살린 그 한마디를 전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방황하던 내 삶에 악기가 말을 걸었다② 나를 꺼내준 한마디 "넌 원래 그런 애 아니잖아"
③ 국회서 꼭 외치고 싶었다…"우리도 할 수 있다"
④ 세상을 향해 '희망의 슛'을 날리다
⑤ 학교 밖 청소년의 '키다리 아자씨'
⑥ 세상은 소년범이라 부르고, 이곳에선 '아들'이라 부른다
⑦ 학교 밖에 있어도 꾸는 꿈은 같다
⑧ '학생증 없는 청소년' 1만명이 모였다
⑨ '쉼터 청소년'은 그곳에서 사랑을 배웠다
⑩ "커피와 사람의 공통점이요? 그것은 바로…"
(끝)


노컷뉴스

'희망 바리스타' 송재필군.


"커피는 내리는 사람에 따라 맛이 달라지잖아요."

바리스타로 제2의 삶을 시작한 송재필군은 한때 소문난 비행청소년이었다.

같은 원두라도 내리는 사람에 따라 다른 맛을 내는 커피처럼, 청소년들의 삶도 어떤 말 한마디를 듣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재필군에게도 그런 한마디가 있었다.

"'넌 원래 그런 애가 아니잖아.' 그 말을 듣는데 망치로 세게 얻어맞는 느낌이었어요. 그날 굉장히 많이 울었어요."

재필군은 초등학교 5학년 때 갑자기 어머니를 잃었다. 아버지는 충격에 뇌출혈로 쓰러졌다. 학교에 가니 친구들은 재필군을 피했다. 비행이 시작된 것은 그때부터다. '넌 원래 그런 애가 아니잖아'는 외로웠던 소년을 위로하고, 다시 시작할 수 있게 한 바탕이 됐다.

노컷뉴스

'사회복지사를 꿈꾸는 쉼터 청소년' 윤성준군.


청소년 쉼터를 떠돌았던 3년간의 방황 이후, 사회복지사라는 꿈을 갖게 된 윤성준(19)군이 변화하게 된 계기 역시 한 청소년 사회복지사가 성준군에게 건넨 한마디였다.

"주중에 힘들게 일하시면서 주말에도 저희 요리해주러 쉼터에 나오시던 연장흠 선생님이 늘 하시던 말씀이 있어요. '먹어, 먹어'. 그 말을 들으며 나도 저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느꼈어요."

그 말을 듣지 못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성준군은 "정말 많이 비뚤어졌을 것 같아요"라고 했다.

"그때의 저의 마음가짐이었다면 온갖 나쁜 일은 다 했을 거예요. 온갖 어리석은 짓은 다하고 다녔을 거예요. 쉼터에서 처음 받았거든요. 보호해주고 가르쳐준다는 느낌..."

노컷뉴스

'학교 밖 청소년 멘토' 이해리양.


이해리(19)양은 학교에서 들은 말 한마디에 학교를 떠나게 됐다.

"담임선생님께서 '너는 반 평균을 깎아먹는 아이'라며 자퇴서를 내미셨어요. 상처가 컸어요."

말 한마디는 한 청소년을 학교 밖으로 내몰기도 했지만, 다시 일으켜 세우기도 했다.

해리양은 "'학교 안 다니면 어때 열심히 하면 되지'라는 말에 용기를 얻어 검정고시를 치르고, 대학생이 되고 지금은 비슷한 상황에 놓인 친구들의 멘토 역할도 하게 됐다"며 "학교를 떠난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편견 없는 말"이라고 했다.

학교 밖 청소년 출신으로 청소년참여활동단체 '혜욤'을 이끌고 있는 박배민씨도 "아이들이 느끼는 가장 큰 어려움은 고립감과 외로움"이라며 "곁에 있다는 느낌만 줘도 충분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30만명에 달하는 학교 밖 청소년. 제대로 된 수조차 집계되지 않고 있는 학대·방임청소년들.

대전CBS가 만난 '비상한 아이들'은 특별한 청소년이 아닌, 위기의 갈림길에서 작은 관심과 도움으로 성장의 기회를 얻은 아이들이었다.

아이들에게 지역사회가 할 수 있는 일은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게, 이들의 공통된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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