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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조부 피살사건 현장에 남겨진 10대 손녀…경찰이 생계·취업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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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경찰서, 마천동 장롱 살인사건 유족 피해자 지원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얹혀살던 작은할아버지가 친할아버지의 목을 졸라 살해하는 끔찍한 일이 일어난 집에서 손녀 A(18)양은 혼자 지내고 있다.

가끔 친구가 놀러 오지만, 그때 악몽을 지울 수는 없다. 두 살 터울 오빠가 있으나 군 복무 중이라 2018년 9월에나 전역한다.

3년 전에 집을 나간 부모는 여전히 연락 두절 상태다. 맏언니와도 연락을 끊고 산 지 오래다.

시장에서 야채를 팔며 근근이 생계를 이어오던 할아버지가 허망하게 목숨을 잃자 A양은 눈 앞이 캄캄해졌다.

그때 서울 송파경찰서 피해자 전담경찰관 장혁진(35) 경사가 손을 내밀었다. 장 경사는 살인사건 신고접수와 동시에 A양에게 맞춤형 지원을 시작했다.

사건접수 후 장 경사는 A양을 만났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네일아트를 배우며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목표를 향해 달려가던 A양을 지원하고자 장 경사는 생계비와 생필품 지원은 물론이거니와 취업지원에 팔을 걷어붙였다.

우선 시신을 유기한 장롱을 치우고 냄새와 혈흔을 제거하는 동안 임시숙소를 제공하고, 할아버지가 받던 기초생활수급 혜택을 A양 앞으로 돌려놨다.

또 오빠가 전역해야만 유족구조금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조기 전역이 가능한지 알아보고 있다.

서울동부스마일센터에서는 심리상담을 받고, 서울동부고용노동센터에서는 취업 성공패키지프로그램을 수강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 밖에도 이랜드복지재단과 동부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서 각각 생필품과 생계비를 지원받을 수 있게 연결해줬다.

군대에서 첫 휴가를 나온 오빠가 할아버지 방에 자러 들어갔다가 장롱에서 시신을 발견한 게 지난 1월 26일이었다.

작은할아버지가 형의 목을 졸라 죽이고 시신을 장롱에 유기한 것은 3주 전인 같은 달 5일이었다. 다른 방에서 지내던 A양은 이 사실을 새까맣게 모르고 지냈다.

경찰은 송파구 마천동에 있는 친형(79) 집에서 형을 살해하고 도주한 혐의(살인·사체유기)로 작은할아버지(69)를 구속해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장 경사는 19일 "촘촘한 유관기관과의 협력망과 피해자 보호지원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범죄피해자들이 두 번 눈물짓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서울 송파경찰서 청문감사관실 피해자전담경찰관 장혁진(35) 경사. 2017.3.19 [서울 송파경찰서 제공=연합뉴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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