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의 삶, 그 이면의 고통
예술가의 작품세계가 위대하다고 해서 그의 인생까지 반드시 위대할까. 오히려 정반대의 경우가 더 많다는 걸 보여준 대표적인 케이스가 바로 에릭 클랩튼이다. 그는 1960~1970년대 크림이나 데릭 앤드 더 도미노스 같은 그룹 활동을 거치며 일찍이 ‘기타의 신’으로 등극했지만 한평생 섹스, 마약 그리고 로큰롤로 점철된 삶을 살았다.
친구 조지 해리슨의 아내인 패티 보이드에게 반한 나머지 록 역사상 불멸의 명곡이라고 일컬어지는 ‘레일라’를 탄생시키는 등 열렬한 구애 끝에 결혼하지만 결국 헤어진 이야기는 유명하다.
그는 자신의 사랑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헤로인에 탐닉했고 다른 여자와 수시로 잠자리를 가졌으며 나중엔 알코올 중독자가 되어 갔다. 술에 취해 시비를 걸거나 부부동반으로 초대받은 만찬 자리에서 호스트의 부인에게 함께 목욕하자고 사람들 앞에서 외친 적도 있을 정도였다. 그렇게 인간 말종의 삶을 살던 에릭 클랩튼은 네 살짜리 아들 코너의 죽음과 평생의 동반자 멜리아와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전환기를 맞게 된다.
사생아로 태어나 어머니에게 버림받은 후 언젠가 다시 버림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은 그를 계속 괴롭혔다. 재활센터에 들어가 마약과 알코올의 수렁에서 빠져나오기까지 한 인간의 파란만장한 여정을 담아낸 자서전 <에릭 클랩튼>은 화려하게만 보이는 슈퍼스타의 삶이 우리들 인생살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공감하며 읽은 책이다. 누구나 살면서 감추고 싶은 비밀이 있기 마련이고 그것을 털어놓기엔 말 못할 고통이 따르는 법이지만 에릭 클랩튼은 진흙탕 속에 뒹굴었던 시간을 포함해 있는 그대로의 자신과 조우함으로써 살아 있는 전설이 되었다. 남은 인생 그가 행복하기를 팬의 한 사람으로서 기원하며.
<정상준 | 그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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