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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이슈진단] 인간 대 인공지능 번역대결 공정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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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한주간 IT 이슈진단'에서는 인간 전문 번역사와 인공지능(AI) 번역기가 번역 실력을 겨루는 이색적인 대결에 대해 다뤘다. 이번 대결은 당초 예상대로 인간의 완승으로 싱겁게 끝이 났다.

이번 대결은 인간과 인공지능이 실력을 겨룬다는 점에서 이세돌 프로바둑 9단과 알파고의 바둑경기 이후 진행된 세기의 대결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싱거운 결말 외에도 미흡한 준비 등으로 공정성 논란까지 불러왔다.



번역대결에는 전문 번역사와 구글 번역기, 네이버 번역기 파파고, 시스트란 번역기가 참여해 즉석에서 번역 대결 형태로 진행됐다. 번역할 문장의 길이는 영한번역을 330단어 내외로 제한했고, 한영번역은 750자 내외로 정했다.

인간 번역사는 50분 안에, 인공지능은 10분 내로 번역을 마쳐야 한다는 기준을 적용했고, 구글 번역기와 네이버 번역기, 시스트란 번역기에 지문을 넣어 번역기를 돌리는 작업은 세종사이버대학교 영어학과 곽영일 교수와 김대균 교수가 담당했다. 주최측은 원활한 진행을 위해 인간 번역사는 50분 먼저 번역을 시작하도록 해 끝나는 시간을 같도록 했다.

인간 번역사 팀은 한글을 영어로 번역한 문제에서 30점 만점에 24점을 받았고, 영어를 한글로 번역한 문장은 25점을 받았다. 반면 인공지능이 한글을 영어로 번역한 문장은 13점, 7점, 8점을 받았고, 영어를 한글로 번역한 인공지능 점수는 각각 15점과 8점, 9점을 받아 인간과의 격차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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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앱 성능은 구글 번역기가 가장 우수했고, 뒤를 이어 네이버와 시스트란 순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번 결과에 대해 네이버 측은 비공식적으로 억울하다는 속내를 밝혔다. 파파고는 200자 내외를 번역하는데 최적화된 것으로, 장문을 넣어 번역한 기준이 불공정했다는 입장이다. 시스트란도 자사 번역기가 아직 학습이 덜 된 상태로, 향후 2년 안에는 인간 번역사 수준의 결과물을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행사 주최 측도 역시 이번 이벤트에 대한 준비가 미흡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곽중철 심사위원장인 한국외대 교수는 이번 평가가 인공지능을 활용한 자동번역기와 인간 번역사의 번역 완성도를 비교해 보고, 인간 번역사의 직업 정체성을 확인해 보기 위해 마련된 것이기 때문에 지나치게 극단적인 평가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번 대결이 미흡한 준비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진행, 모호한 평가 방식 등으로 사람들의 눈총을 받았다. 하지만, 이번 대회를 기회로 인공지능 번역의 발전 현황을 확인하고, 또 앞으로 사람들이 어떤 형태의 영어 교육을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숙제를 던져줬다는 점에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IT조선 김남규 기자 niceki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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