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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위기의 안진회계법인… 대우조선해양 사태 놓고 금융당국 징계 움직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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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이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부실감사 책임을 근거로 벼랑끝에 몰렸다. 회계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의 업무정지 검토까지 거론되는 상황. 회사 측은 감사 실패에 대한 법인의 ‘조직적 개입’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법적으로 실체적 진실이 가려진 후에 책임을 지도록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금융당국의 감리 결과로 업계의 재편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과연 그럴까.

대우조선해양 회계감사 실패 =안진회계법인은 대우조선해양 부실감사 및 분식회계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며 위기에 몰렸다.

대우조선해양은 전직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이 구속기소됐고 안진은 현직 인차지(in-charge, 현장 책임자), 파트너 등 4명이 구속 및 불구속 기소되고 회계법인 역시 양벌규정에 따라 관리감독소홀 혐의로 기소됐다.

안진이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이와 별도로 추가적으로 이뤄질 금융당국의 징계 가능성, 수위나 범위 등이다.

업계에서는 금융감독원이 회계감리를 통해 영업정지나 영업취소 등의 행정처분을 내릴 수도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원의 판결 시점과 무관하게 내달 중 영업정지 3개월 결정이 내려질 수도 있다는 보도도 이어졌다.

이와 관련해 안진 측은 “회계법인에 대한 업무정지 조치는 신중해야 한다”며 “1심 결과가 나오는 오는 5월 이후 금융당국이 징계수위를 판단해도 늦지 않다. 무죄추정의 원칙을 지켜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징계에 대해 “일부 언론에서 넘겨짚어 쓴 것 같다”며 “현재 감리 중이라서 업무정지를 얘기하기엔 시기가 이른 것 같고, 진행중인 사항이라 이야기할 사항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만약 업무정지가 이뤄지더라도 투자은행(IB)까지는 아닌 것으로 알고 있고, 과거 사례를 보면 신규 감사업무만 정지되는 전례가 있다”고 전했다.

‘벼랑끝’ 안진 = 회계감사 실패, 부실감사 등으로 인해 법인에 대한 업무정지가 가능하려면 회사가 조직적으로 이를 묵인하거나 방조하고 지시한 사실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안진 측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법인의 조직적 개입에 대한 판단이 중요한데, 오는 5월 판결에서 관리감독소홀 혐의가 무죄가 되면 조직적 관여에 대해서는 논할 필요가 없다”며 “조직적으로 개입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다른 회계업계 한 관계자는 “회계법인은 파트너급 회계사 개인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조직인데 조직적 개입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 파트너가 잘못했다고 해서 회계법인에 대해 징계조치를 내리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는 않는 것 같다”고 전했다.

분식회계 등에 대해 법인이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안진은 “분식회계를 최초로 알게된 것, 물증을 갖고 의심을 가진 것은 2015년 12월이고, 우리가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자료를 받고 확신한 것은 지난해 2월”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파트너가 묵인, 방조, 지시한 사항도 없고, 법인의 품질관리체계에는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안진은 지난 3년간(지난해 6월 기준) 강제조정을 제외한 9차례의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7번 승리한 바 있다.

그럼에도 실제로 금융위원회에서 최종 결정을 내려 업무정지가 이뤄지게 된다면 회사는 심대한 타격을 입게 된다.

안진회계법인 관계자는 “업무정지 시기가 굉장히 중요하다. 4월이 포함이 된다면 기간이 어느정도가 됐든 중요하지 않다”며 “감사고객이 1400개인데 4월 감사계약을 갱신해야하는 곳이 1100곳이다. 1100개 계약을 못하면 고객들도 떠나고 1100명 직원들도 떠날 것”이라고 토로했다. 안진은 이미 지난해 대규모 인력이탈로 이슈가 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감사로 나오는 매출 연 1300억원 중 1000억원 가량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빅(Big) 3’ 체제 가능할까 = 업계 일각에서는 안진의 업무정지는 삼일PwC, 삼정KPMG, EY한영, 딜로이트안진 등 ‘빅 4’ 체제의 재편을 부를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과거 산동회계법인이 영업정지를 당하고 폐업하면서 KPMG가 삼정과 제휴를 맺어 현재의 4강체제가 구축된 사례를 놓고 글로벌 4대 컨설팅사 중 하나인 딜로이트가 안진과의 제휴를 중단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 제기되는 ‘빅 3’체제와 독과점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한 회계사는 “딜로이트라는 세계적인 기업이 우리나라를 포기하지 않는 이상 멤버펌으로 다른 법인을 찾을 것이고 다시 4강체제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다른 한 회계업계 관계자도 “문제가 생긴다면 안진이라는 특정 회계법인에 매이기보다는 다른 회계법인과 제휴를 해서 근거를 두려고 할 것”으로 봤다.

안진 측 관계자는 “딜로이트 본사에서는 올바른 일을 한 회계법인과는 업무정지를 포함한 어떠한 경우라도 관계를 유지하고 끝까지 가겠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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