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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박근혜 탄핵심판 반발]대리인단 반발 → 최순실 ‘고성’ → 박 인터뷰…조직적 여론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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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철 헌재소장 탄핵일정 제시에 짜맞춘 듯 대응

경향신문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청와대에서 운영자 정규재 한국경제 주필과 인터뷰하고 있다. 정규재TV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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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의 신상발언이었다. 이달 말 퇴임하는 박 소장은 25일 오전 10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을 시작하며 “늦어도 (이정미 재판관이 퇴임하는) 3월13일까지 탄핵심판 결정이 선고돼야 한다”고 말했다. 탄핵심판 지연 전략에 차질이 생겼다고 판단한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즉석에서 “심판 절차의 공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반발했다. 한 시간 뒤 박영수 특별검사 사무실로 강제소환된 최순실씨는 TV 카메라 앞으로 다가와 “억울하다”고 고성을 질렀다. 대미는 직무정지 중인 박 대통령의 보수 논객과의 인터뷰로 장식됐다. 박 대통령 측의 조직적인 반발 시도라고 볼 수밖에 없는 일련의 과정이다. 박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에서 대리인단을 만나 대응책을 논의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인터넷 방송 <정규재TV>와의 인터뷰에서 제기된 의혹을 모조리 부인했다. 또 이번 사태를 “오래전부터 누군가가 기획하고 관리해온 것 같다”며 음모론을 펴기도 했다.

이 인터뷰는 여론시장에 영향이 큰 설 연휴를 앞두고 보수층 지지 결집을 위한 목적이 강하다. 그는 탄핵 반대 집회에 나오는 자신의 지지자들에 대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고 법치를 수호하기 위해 고생을 무릅쓰고 나오는 것 같다”며 “가슴이 미어지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탄핵 촉구 촛불집회에 대해선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와 비교하며 “둘 다 근거가 약하다는 점에서 유사한 점이 있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입장을 전달할 통로로 우호적인 보수 논객을 택했다. 한국경제신문 주필 정규재씨는 인터넷 방송 <정규재TV>를 운영하며 극우적인 견해를 펴왔다. 그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 대해 “환경주의 좌파”,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에 대해 “무이념” “무개념”이라며 “가짜 보수”라고 공격했다.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의 박 대통령 풍자 누드 그림 전시 논란이 보수층 반발을 가져온 것도 여론전을 하기로 결심한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 그림 전시 논란뿐만 아니라 세월호 7시간 행적 논란까지 ‘여성 비하’라고 규정하며 싸잡아 비난했다.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은 26일 박 대통령 탄핵의 부당성을 담은 인쇄물 300만부를 설 연휴 귀성길에 오르는 시민들에게 배포하겠다고 밝혔다. 박사모 정광용 회장은 “드디어 내일(26일)이 D-Day. 여론 역전의 기회가 주어졌다”고 말했다. 또 최씨 측 변호인은 26일 특검의 강압수사와 관련된 기자회견을 연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의 인터뷰 모습은 탄핵을 기각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반격은 아닌 듯했다. 자신을 지지하는 일부 보수층의 동정심을 자극해 이들의 지지만이라도 갖고 가겠다는 의도가 강해 보였다. 정 주필은 인터뷰 후 “대통령이 아무 자료 없이 왔는데도 대화 내용 전체를 정확하게 복기하는 데 놀랐다. 그런데 전체적으로는 굉장히 힘이 빠져 있어서 제가 좀 딱했다”고 느낌을 말했다. 특검 수사와 헌재 탄핵심판의 전반적 상황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돌아가자 위기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박 대통령 행동은 헌재 탄핵 법정 밖에서 소추 사유에 대해 일방적 변명을 한 것이어서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예상된다. 지난 1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의혹을 죄다 부인한 뒤 거센 후폭풍을 맞았다. 헌재는 탄핵심판 피청구인인 박 대통령 출석을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박 대통령은 아직 응하지 않고 있다.

탄핵으로 직무가 정지된 대통령이 언론 인터뷰를 갖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청와대는 참모들이 배석하지 않고 대통령 단독으로 언론인을 만난 것이어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비정상의 정상화를 외쳤던 대통령이 앞장서 법을 어기고 있다는 점에서 탄핵 사유를 스스로 추가하고 있다는 비판이 불가피해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최씨의 공격적 태도와 박 대통령의 돌발 인터뷰는 짜여진 드라마”라며 “심판의 날이 다가오자 이를 막아보기 위한 최후의 몸부림”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김경진 수석대변인도 “박 대통령이 최순실과 입을 맞춘 것 같다”고 했다.

<손제민·박순봉 기자 jeje1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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