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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과학을 읽다]혈액만으로 전이암 진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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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팀, 혈액속 매우 적은 암세포 분리기술 내놓아

아시아경제

▲혈액으로 전이암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이 나왔다. 랩온어디스크 장비.[사진제공=유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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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우리나라의 사망 원인 1위는 '암'입니다. 암을 극복하고 그 원인을 찾고자 하는 연구가 경쟁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암은 한 번 발병하면 재발 위험도 높습니다.

국내 연구팀이 혈액 내 매우 적은 양만 존재하는 암세포를 효율적으로 분리하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이를 활용하면 전이암의 조기 진단은 물론 환자맞춤형 암 치료가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CTC는 암 조직에서 떨어져 나와 핏속에서 떠다니는 종양세포를 말합니다. 이들이 다른 조직에 부착하면 전이암이 발생합니다. 이 세포를 미리 찾아내면 전이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혈액 1㎖ 속 CTC는 수십 개 미만으로 매우 적다는 데 있습니다. 검출하기 어렵습니다. 같은 양의 혈액 속에 적혈구는 수십억 개, 백혈구는 수백만 개 존재하는 것과 비교됩니다.

연구팀은 'FAST(Fluid Assisted Separation Technology)' 기술을 랩온어디스크(Lab-on-a-disc)에 적용해 수㎖의 혈액에서 1분 내에 CTC를 95% 이상의 효율로 포획할 수 있는 방법을 내놓았습니다. 랩온어디스크에 마이크로 필터를 장착시켜 크기 차이로 세포를 분리하는 방식입니다.

FAST 랩온어디스크 위쪽으로 혈액을 넣은 뒤 구동장치에 넣고 회전시키면 크기가 작은 혈구세포가 필터 아래쪽으로 빠져나갑니다. CTC만 남습니다. 필터는 랩온어디스크 가운데에 들어가는데 혈액이 걸러지는 아래쪽에는 항상 물이 채워집니다. 채워진 물이 '마중물' 역할을 합니다. 혈액이 필터 전면에서 고르게 걸러지기 때문에 CTC가 손상되는 것도 막을 수 있습니다.

기존 CTC 검출은 혈액에 복잡한 전처리 과정을 해야 하고 비싼 시료도 필요했습니다. 또 CTC 표면에 있는 단백질을 이용하는 방식은 정확도 부분에서 한계가 있었습니다. 필터로 CTC를 걸러내는 기술도 있었는데 필터가 자주 막혀 분리 효율이 떨어진다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이번 연구는 UNIST(총장 정무영) 생명과학부의 조윤경 교수(IBS 첨단연성물질연구단 그룹리더)를 비롯한 공동 연구팀이 수행했습니다. 미국화학회에서 발행하는 분석 분야 학술지 '분석화학(Analytical Chemistry)' 최신호 표지(논문명: FAST: Size-Selective, Clog-Free Isolation of Rare Cancer Cells from Whole Blood at a Liquid?Liquid Interface)로 실렸습니다.

이번 논문의 공동 제1저자인 임민지 UNIST 생명과학부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FAST 랩온어디스크는 원심력 기반 유체제어기술을 활용해 세포들을 부드럽고 효율적으로 분리할 수 있다"며 "마중물이 필터를 한 차례 적셔주기 때문에 필터 전체를 효율적으로 쓸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이용해 142명의 다양한 암환자와 50명의 정상인의 혈액 검사를 진행해 CTC 검출 성능을 검증했습니다. 폐암환자의 혈액에서 분리한 CTC에서 조직검사 때와 동일한 유전정보도 확인했습니다. 앞으로 분자진단이나 맞춤형 진료에 응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조윤경 교수는 "소형 장비를 활용하고 사용법이 매우 간단하기 때문에 병원에서 직접 사용할 수 있는 편리한 기술"이라며 "조직 검사가 아닌 채혈만으로 암세포를 검출할 수 있어 앞으로 전이암의 조기 진단이나 항암치료 효과의 모니터링 등 암의 진단과 치료에 유용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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