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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건강보험료 개편안]건보 개편안, 이쪽저쪽 눈치보다 ‘맹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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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소득 중심 부과, 방향은 맞지만 속도 너무 느려”…동의 얻기 쉽잖을 듯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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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공정성, 형평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를 개편하기 위해 시동을 걸었다. 그러나 사회적 합의에 앞서 당장 야당들의 동의도 얻기 쉽지 않아 보인다. 전체적인 ‘방향’은 평가하면서도 ‘속도’와 구체적인 실천방향에서 이견이 나오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월급 이외의 다른 소득(이자소득, 임대소득 등)이 있는 고소득 직장인과 피부양자의 보험료를 올리고 저소득 지역가입자에게는 최저보험료를 도입해 부담수준을 단계적으로 낮추는 내용의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안을 마련, 23일 국회 공청회에서 공개했다. 지난 2015년 1월 말 그간 추진하던 개편안을 백지화한 지 2년 만이다.

정부안은 야당과 시민사회가 그동안 요구해온 ‘소득 중심 단일화 체계’를 지향하면서도 거리를 뒀다. 9년에 걸친 3단계에 가서야 2년 전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선기획단이 마련했던 목표에 도달한다는 점에서 당시의 개편안보다 후퇴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 어느 곳에서도 비판을 듣지 않기 위해 고심을 거듭했고, 결과적으로 이도 저도 아닌 ‘맹탕’ 같은 개편안이 나왔다.

공청회에서도 쓴소리가 쏟아졌다. 김재진 조세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현행 부과체계는 너무 복잡해서 국민 대부분이 이해를 못한다”며 “소득을 중심으로 단순화해야 하는데 정부안은 3단계를 거쳐도 목표에 도달하지 못해 논란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보건의료위원장(서울대 교수)은 “정부의 3년 주기 3단계 개편안은 현실적으로는 수용성이 높은 방안이라고 생각되지만, 제도를 3번이나 바꾸기는 쉽지 않다”며 “바로 3단계로 진행하는 것이 현실적이다”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국회와 협의를 거쳐 향후 일정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법안 마련을 원칙으로 하되, 국회제출에 걸리는 시일(최소 3개월)을 고려해 국회에 이미 제출된 법안 논의 시 정부의견을 개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 법 개정이 완료되면 2018년 하반기부터는 1단계 개편안을 적용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안이 완전히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상반기 중 국회와 정부가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곧 이어질 대선정국에서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 더욱이 야당은 복지부의 개편안을 긍정적으로만 보지는 않고 있다.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공청회에서 “이원화된 부과체계의 불형평성 논란을 끝내기 위해서는 소득에 비례한 보험료 부과를 원칙으로 해야 한다”며 “소득파악의 한계성은 더는 개혁을 미루는 이유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김광수 국민의당 의원도 “소득 일원화 부과체계 도입이 시급한데 정부안은 속도가 느리다”고 말했다.

양승조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은 공청회를 마치기 전 “소득 중심으로 간다는 정부의 개편안 자체는 평가할 부분이 있다”면서도 “확실한 것은 (단계적 개편에 들어가는) 9년이란 시간은 너무 길다는 것이다. 21세기의 10년은 20세기의 100년과 같다”고 말했다.

<홍진수 기자 soo4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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