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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탄핵정국·트럼프노믹스에 한국경제 퍼펙트스톰 만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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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기약없는 탄핵정국이 시작되면서 가뜩이나 글로벌 보호 무역주의라는 대외 악조건을 만난 한국경제에 ‘퍼펙트스톰’ 위기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퍼펙트스톰은 둘 이상의 태풍이 만나면서 그 영향력이 폭발적으로 커지는 현상을 가리킨다.

주요 경제부처는 9일 하루종일 탄핵안 표결결과를 숨죽이고 지켜보며 향후 탄핵정국이 금융시장 등 경제에 미칠 파장에 대해 점검했다.

기획재정부는 차관을 포함한 1급 이상 간부들이 모두 이날 정부서울청사에 모여 탄핵안 표결 상황을 지켜봤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오전 총리주재 국무위원 간담회를 다녀온 후 정부서울청사에서 탄핵안 의결에 따라 긴급 경제관계장관회의 소집 등 대응계획을 준비했다.

한국은행은 탄핵소추안의 표결 결과를 보고 이주열 총재가 주재하는 긴급 간부회의를 열었다. 이 총재는 주요 정책부서 간부들과 함께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점검하고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 총재는 국내에서 정치 불안정성이 높아짐에 따라 지난 4∼7일 예정됐던 라오스중앙은행과 양해각서 체결을 위한 출장을 취소하고 경제 상황을 주시해왔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탄핵정국이 질서있게 진행되지 않고 사회불안이 심해지면 소비·투자심리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경제리더십 부재는 평상시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위기상황에 대응하는 능력은 떨어질 수 밖에 없고 구조조정과 같은 장기 프로젝트를 끌고가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당장 올 4분기 한국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제로성장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국책연구기관 KDI는 최근 내년도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4분기 성장률이 0%에 가깝게 둔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경제는 금융위기을 맞은 지난 2008년 4분기 성장률이 -3.3%로 급락한 뒤 이듬해 1분기에 0.1%를 기록해 제로성장을 한 바 있다.

실제로 기획재정부·통계청에서 발표하는 생산·소비지표는 10월 이후 전부 마이너스 빨간불이 들어온 상태다. 올해 들어 전반적으로 부진했던 설비투자는 물론이고 과잉투자라는 지적을 받으면서도 경제를 떠받치던 건설투자도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8월 이후 계속해서 뒷걸음질을 치고있다. 전통적으로 연말경기가 좋은 백화점 매출액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달 초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변동성이 커진 외환·금융시장도 문제다. 오는 14일(현지시간) 미 금리인상이 기정사실화되면서 달러 강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외국인 자금 흐름이 심상치 않다. 3개월전 1100원대였던 달러당 원화값은 11월 한 달 동안 24.60원 급락해 1160원대로 떨어졌다. 일평균 변동 폭만 5.5원에 달한다.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 11월 국내 채권시장 외국인의 순투자액은 1조 8000억원가량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한국 경제의 대외여건이 악화된 상태이기 때문에 탄핵 정국으로 인한 불안 사태가 더 길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당장 닷새 뒤에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금리인상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 합의 이후 유가가 오르면서 물가인상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차기한국경제학회장인 구정모 강원대 교수는 “지금은 글로벌 호황이던 2004년보다는 오일쇼크가 있던 1979년의 상황과 유사하다”며 “오일쇼크에 10.26 사태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1980년 경제성장 이후 첫 마이너스 성장을 했던 기억을 되살려야 한다”고 경고했다.

김진명 하이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탄핵안 가결 여부는 미 금리인상이나 트럼프의 경제정책 등 요인 못지 않게 국내 외환·금융시장 등락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만연한 상황에서 달러 강세나 외국인 자금 유출 등 요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세웅 기자 / 정의현 기자 / 부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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