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30 (일)

스타트업 "`창조` 간판 떼더라도 혁신센터 유지를" 한목소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 창조혁신센터의 눈물 /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 입주기업 설문조사 ◆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치의 잘못을 왜 기업에 전가하는 겁니까. 제발 사업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주세요."

전국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에 입주한 스타트업들 하소연이다. 이들은 '최순실 게이트'와 '창조경제'를 한데 묶어 도매금으로 매도해선 안 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매일경제가 실시한 전국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 입주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총 응답업체 75개사 중 89.3%에 달하는 업체들은 '창조혁신센터 예산 삭감 움직임'에 대해 '잘못한 일'이라고 응답했다.

대구 혁신센터에 입주한 한 업체는 "창업 이후 사실상 모든 부분을 혁신센터에서 지원받고 있다"며 "센터가 없어지면 이제 막 걸음마 단계인 스타트업들은 그대로 좌초하고 만다"고 우려했다.

전북 혁신센터에 입주한 한 정보기술(IT) 업체는 "최순실 게이트에 연관된 것은 안타깝지만 혁신센터는 한국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사업"이라고 했다. 인천 혁신센터에 입주한 한 사물인터넷(IoT) 업체는 "스타트업은 미래 먹거리"라며 "구글이나 애플과 같은 혁신기업이 탄생하기 위한 기반을 무너뜨려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혁신센터가 폐지될 경우 한 푼이 아쉬운 신생 스타트업들은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게 된다. 절반이 넘는 업체들은 혁신센터가 폐지될 경우 닥칠 가장 큰 어려움으로 '사무 공간과 각종 지원'(52%)을 꼽았다. '투자 유치 애로'(21.3%), '기업 홍보 타격(14.7%)' 등이 뒤를 이었다.

응답 기업들 대부분은 정권이 바뀌더라도 혁신센터가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혁신센터 존속을 예상하는 목소리는 92%에 달했다. 이중 현재와 같은 명칭으로 유지될 것으로 보는 비율은 9.3%, '이름이 바뀌더라도 사업은 유지될 것'이라는 예상은 82.7%였다.

제주 혁신센터에 입주한 한 IT 업체는 "서울은 혁신센터가 아니어도 다른 기관에서 그 역할을 대신할 수 있지만 지방에선 사실 혁신센터에 기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남 혁신센터에 입주한 한 업체는 "창조경제가 잘못됐다고 창업 생태계를 파괴하는 것은 결국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울산 혁신센터에 입주한 한 IT 업체는 "일반인들 시선이 부정적이기 때문에 창조경제라는 이름을 떼고 명칭을 바꿔 새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스타트업들에 가장 큰 적은 불확실성이다. 당장 다음 정권에서 창조경제란 이름의 스타트업 활성화 정책이 전면 폐기되면 한국 창업 생태계는 그야말로 벼랑 끝에 몰리게 된다. 대구 혁신센터에 입주한 한 IT 업체는 "막 걸음마를 뗀 창업 생태계가 좌초한다면 앞으로 10년 후 국가적 재앙으로 돌아올지도 모른다"고 염려했다.

스타트업들이 정부에 가장 바라는 것에 대한 질문에 64%가 '정책의 일관성'을 꼽은 것도 그 때문이다. 대전 혁신센터에 입주한 한 IT 업체는 "매번 정권에 따라서 정책이 오락가락하면 어떤 사업이라도 지속 가능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대구 혁신센터에 입주한 한 소프트웨어(SW) 업체는 "창업 성과가 나타나려면 적어도 3~6년 정도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스타트업들에는 정책 일관성만큼 중요한 게 없다"고 말했다.

정부 스타트업 활성화 대책 중 업체들이 가장 높게 평가하는 것은 '창업생태계 조성'(32.4%)이었다. '정부 지원 확대 및 창업 육성 기관 설립'(28.3%)과 '창조혁신센터 조성'(23%) 등이 뒤를 이었다. 사실상 정부 주도로 창업 생태계를 조성한 것이지만 자금과 판로가 부족한 스타트업들에는 대기업의 초기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혁신센터는 가장 효율적인 돌파구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협력하며 혁신을 주도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은 전 세계의 트렌드이기도 하다.

반면 스타트업들이 가장 안타깝게 여기는 것은 '최순실 게이트'에 휘둘린 정치 바람이다. 스타트업들이 한목소리로 지적한 정부의 과오는 '지나친 정부 주도 사업으로 인한 부담'(44.6%)이다.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정부는 '마중물' 역할에 그쳐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전국에 혁신센터를 설립하고 대기업을 매칭시키는 등 지나치게 '관(官)' 주도로 드라이브를 걸면서 최근 '최순실 게이트'의 유탄이 고스란히 정치적 부담으로 되돌아오고 있다는 것이다.

[김규식 기자 / 임성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