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16 (일)

[기자수첩] 中 선전 스타트업의 성공비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파이낸셜뉴스


"여기는 큰손 자제들이 투자 공부 해보라고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에 1억원, 2억원 투자를 쉽게 하는 도시입니다." 선강퉁(중국 선전거래소와 홍콩거래소의 교차거래)을 앞두고 최근 찾은 중국 선전에서 만난 한 한국인 기업가가 한 말이다. 중국이 30년 동안 전략적으로 경제도시로 육성에 성공한 선전의 위상을 잘 보여준다.

선전은 지금 스타트업 붐으로 도시 전체가 들썩이고 있다. 리커창 총리가 지난해 '혁신과 창업'을 주문한 이후 1년 동안 선전시에만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창업지구가 100곳이 넘게 생겼고, 활동 중인 스타트업 수는 4000여개에 달한다. 그런데 스타트업은 정부 지원만으로 자생하긴 힘들다. 선전시 스타트업의 성공비결은 현지 기업의 '통 큰 투자'와 개인투자자의 '적극적 투자'에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취임 후 처음으로 방문한 기업이 스타트업 '광치그룹'이다. 이 광치그룹은 20대 젊은 유학생 5명이 공동 창업해 불과 6년 만에 직원 1300명을 둔 글로벌 기업으로 고속성장했다. 그 뒤에는 광치과학기술의 미래가치만 보고 베팅한 선전시 기업 투자가가 있었다. 선전시 현지 기업들은 광치과학기술이 창립된 이듬해인 2011년에 3000만위안(약 51억원)을 투자했다. 광치과학기술 자본금(25만위안)의 100배가 넘는 투자금이 몰린 것이다. 광치그룹 관계자는 "광치그룹 비전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면서 "선전 도시 분위기가 그렇고, 정부 지원은 크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부 지원에 의존하는 우리의 현실과는 확연히 달랐다.

중국 선전은 적극적인 투자자의 도시다. 선강퉁이 열리면 홍콩 주식도 직접 거래할 수 있지만 그 전에는 차로 1시간 거리인 홍콩까지 가서 직접 주식을 사는 젊고 공격적인 투자자가 많다. 이들은 홍콩 주식에만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 선전거래소에 상장된 스타트업이 모인 '창업판'에도 투자를 즐긴다. 성장가능성을 보고 스타트업에 투자하면 그 기업이 투자자금을 바탕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선순환 시스템이 자리잡힌 것이다. 이것이 중국 선전을 키운 힘이자 제임스 람 중국 증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이 "20~30년 뒤 선전 스타트업 중에 '제2의 텐센트'가 또 나올 것"이라고 자신하는 이유다. 중국의 거침없는 투자 문화와 용기를 배워야 할 것 같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