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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엘리트 관료·호남 출신 임종룡, 한국경제號 키 잡는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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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內 구조조정 경험 가장 많은 '조용한 칼잡이'

장관급만 세 번째…거시·미시경제에 두루 능한 정책통

연합뉴스

신임 경제부총리에 내정된 임종룡 위원장
신임 경제부총리에 내정된 임종룡 위원장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신임 경제부총리로 내정된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2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하려고 브리핑룸으로 이동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조선·해운 구조조정과 금융개혁을 전면에서 이끌어온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2일 개각에서 한국 경제를 이끌어나갈 수장에 내정됐다.

이명박 정부의 마지막 국무총리실장(현재 국무조정실장), 금융위원장에 이어 그가 맡은 세 번째 장관급 직책이다.

임 내정자는 그간 경제부총리 유력 후보로 여러 차례 하마평에 올랐다가 한국경제호(號)가 대내외적으로 최고조의 위기에 놓인 시기에 키를 잡게 됐다.

기업 구조조정, 가계부채 관리 등 정부 주요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호남(전남 보성) 출신이라는 점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임 내정자는 행정고시 24회 출신의 정통 경제관료다.

재무부(MOF)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흔히 경제기획원(EPB) 출신은 거시정책에, 재무부 출신은 금융에 전문성이 있는 것으로 보는데, 임 내정자는 금융과 거시정책에 두루 능통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제기획원·재무부 때부터 명맥을 이어온 핵심 정책 부서를 모두 거친 흔치 않은 배경이 있어서다.

금융·경제정책의 핵심 보직인 금융정책과장과 종합정책과장을 연달아 맡았고, 이어 국장급 보직에서도 금융정책심의관에 이어 경제정책국장을 역임했다.

1998년 외환위기,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등 대형 경제위기 때마다 수습을 위한 대책 실무를 맡아 정부 내에서 구조조정 경험이 가장 많은 것으로 꼽힌다.

'해결사'로서 능력을 인정받은 임 내정자는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기획재정부 1차관을 지내며 엘리트 관료의 코스를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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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감 밝히는 임종룡 신임 경제부총리 내정자
소감 밝히는 임종룡 신임 경제부총리 내정자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신임 경제부총리로 내정된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2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관료 중에서는 보기 드문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 경력을 갖고 있다.

장관급인 국무총리실 국무총리실장으로서 김황식 당시 총리를 보좌한 것을 끝으로 잠시 공직을 떠났다가 2013년 6월 NH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현업에 복귀했다.

농협금융 회장 때 성적은 우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농협은행과 농협생명의 성장세를 이끌며 업계를 긴장시켰고 '농협금융이 달라졌다'는 얘기도 나왔다.

KB금융지주를 제치고 우리투자증권 인수에 성공하면서 단숨에 증권업계 1위로 도약하기도 했다.

2015년 3월 금융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에는 신제윤 전 위원장이 시작한 금융개혁의 완성도를 높이고, 조선·해운 구조조정을 끌어나가는 데 집중했다.

인터넷 전문은행 두 곳에 예비인가를 내줘 23년 만의 새 은행 탄생을 예고했고, 금융실명제 도입 이후 22년 만에 비대면 실명확인을 허용했다.

한국거래소 개편과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도입, 보험상품·가격 자유화, 크라우드펀딩, 핀테크 규제 개선에도 나섰다.

올해 초부터는 본격적으로 경영난에 빠진 해운·조선업종에 구조조정 메스를 들었다.

기업의 뼈를 깎는 자구 노력과 손실 분담이 없다면 지원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워 세계 7위 선사인 한진해운[117930]이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조선업 구조조정을 다음 정부로 미루려 한다는 비판에도 대우조선해양의 경영 정상화를 최대한 지원하되, 추가 유동성 투입은 없다는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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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경제부총리에 내정된 임종룡 위원장
신임 경제부총리에 내정된 임종룡 위원장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신임 경제부총리로 내정된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2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경제정책 방향을 설명한 뒤 브리핑룸을 나가고 있다.



업무 몰입도가 강하고 일 중독 성향도 있다.

2009년 11월 청와대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회의 도중에 '병상에 계신 아버님이 위독하다'는 전갈을 받았으나 차마 말을 꺼내지 못했다가 부친의 임종을 놓친 일은 유명한 일화다.

시야가 넓고 정책 조정에 능한 편이다. 금융과 거시경제를 넘나들었고 국무총리실장 시절 부처 간 업무 조정을 맡았던 것이 그 배경이다.

온화한 성품이며 합리적 리더십을 갖췄다는 평가가 많다.

선후배 사이에서 그를 둘러싼 험담을 듣기 어려운 것은 이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에선 '닮고 싶은 상사'에 세 차례 뽑혔다.

모자라는 부분도 있다. 주 영국대사관 재경관을 역임하긴 했지만 국제무대 경험은 적은 편이다.

G20, 국제통화기금(IMF) 등 경제외교 무대에서의 역할을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을지를 놓고는 긍정적인 시각만 있지는 않다.

서울 영동고, 연세대를 나왔다.

프로듀서(PD) 출신인 부인은 KBS에 재직 중이다. 슬하에 대기업 생활을 그만두고 미국 유학을 떠난 딸이 있다.

▲전남 보성(57) ▲연세대 경제학과, 서울대 행정대학원 ▲행시 24회 ▲재정경제부 증권제도과장, 금융정책과장, 종합정책과장 ▲영국 재경참사관 ▲재정경제부 금융정책심의관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 기획조정실장 ▲대통령 경제금융비서관 ▲기획재정부 1차관 ▲국무총리실장 ▲NH농협금융지주 회장 ▲금융위원장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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