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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한진해운 무너질때…중국은 구조조정으로 경쟁력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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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주도로 TF구성 인수·합병

KDB ‘중국 해운업계 현황’분석


국적 1위 선사였던 한진해운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할 정도로 경영난에 허우적대는 동안 중국 해운업은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으로 경쟁력을 끌어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6일 KDB 리포트 ‘중국 해운업계 구조조정 현황 분석’에 따르면, 중국 해운업은 2015년 하반기부터 정부 주도하에 구조조정을 진행해왔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8월 중국 1위의 중국원양운송(COSCO)과 2위인 중국해운(CSCL)의 ‘통합개혁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며 인수합병을 추진, 올해 2월 세계 4위 규모의 ‘차이나 COSCO’를 공식 출범시켰다.

이는 글로벌 해운 경기가 장기 불황으로 이어지면서 덩치를 키우는 방식이 아니면 생존자체가 어렵다는 중국 정부의 결단이 반영됐다. 중국 해운업의 2015년 순이익 증가율은 -103.48%로, 물류(87.69%), 항공(57.96%) 등과 비교해 최저 수준이었다. 이은영 연구원은 “최근 중국 해운사의 합병 및 인수는 중국 공급과잉 산업 구조조정과 국유기업 개혁으로 의미를 겸한 조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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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중국 정부는 자유무역구를 활용한 해운 금융을 육성하는 방안을 앞세워 해운업을 적극 지원해왔다. 상하이, 톈진, 샤먼 등 주요 항만 도시들은 지역 내 자유무역구를 해운, 물류, 금융의 중심으로 육성하기 위해 정책 지원을 강화했다. 텐진시는 올해 7월 ‘북방국제해운핵심구 건설 실시방안’을 발표, 해운업과 연계된 금융, 법률 등 종합서비스 발전 지원에 나섰다.

하지만 한국은 같은 기간 정부 차원의 대책이 전무했다. 올해 현대상선에 이어 한진해운까지 나란히 채권단의 자율협약에 돌입하고, 결국 글로벌 7위 선사인 한진해운을 법정관리로 보내는 등 불과 반년 만에 한국 해운업의 위상이 급전직하했다. 한진해운 법정관리 돌입 이후 한달이 지났지만, 당장 물류대란의 여파도 수습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 4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에서도 이같은 정부의 방조와 무능이 드러났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2조원가량 한진해운에 투입했지만, 외국 선사들이 수십조원 정부 지원 배경을 갖고 치킨게임 공세를 펼쳤다“며 ”사기업으론 경쟁에 한계를 느꼈다“고 말했다.

해운 구조조정은 2008년~2009년께 진행됐어야 하는데 타이밍을 놓쳤다는 지적도 나왔다. 프랑스의 경우 2009년 CMA-CGM의 위기시 전략투자기금(FGSI) 1억5000만 달러 유동성을 공급했고, 15억 달러의 대출보증을 지원했다.

또 보유 선박 및 항만 지분 등 자산매각을 통해 일찌감치 군살을 빼고 경쟁력을 높이는 구조조정을 했다. 세계 6위 선사인 독일의 하팍로이드도 2009년 128척 선박 가운데 50%에 달하는 용선(빌린 배)의 비중을 대폭 줄였고, 독일 정부가 12억 유로의 90% 대출보증을 서는 등 조치를 취했다. 덴마크도 2009년 수출신용기관 EKF가 머스크라인에 26억 덴마크 크로네(3억9000만달러) 융자를 제공하며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한국 정부와 해운 선사들은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올 상반기 업계의 화두였던 용선료 인하는 이미 글로벌 선사들이 7~8년전 시도했던 구조조정 방안이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한진해운 물류대란은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이 근본적으로 실패했음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교과서”라고 지적했다. 또 2013년 정부의 ‘회사채신속인수제’ 등의 도입이 오히려 해운 구조조정의 골든타임을 가로막았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유일한 구조조정 방안으로 ‘회사채신속인수제도’를 도입했지만 오히려 구조조정에는 독(毒)이 됐다는 지적이다. 이 제도는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상환을 위해 기업이 사모로 회사채를 발행하면 산업은행 등이 인수해 주는 제도로, 해운업 부실의 근본 원인을 개선하는 목적은 아니었다.

심 의원은 “긴급한 외과수술을 해야 하는 시기에 해운, 철강 등 부실기업에 3조원이 넘는 인공호흡기만 붙여주고 연명치료를 했다”고 말했다.

조민선 기자/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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