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5일 지나도록 묵묵부답
최근 정부가 공급과잉 업종인 석유화학업계에 생산량 감축 등 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한 가운데 업계는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이다. 정부의 메시지에 대놓고 반발할 수 없어 겉으로는 보조를 맞추는 모양새지만 ‘업체마다 입장이 다 다른데 줄이라고만 해 난감하다’는 속내가 나오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달 30일 ‘철강·유화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하며 대표적인 공급과잉 품목의 감축 등을 권고한지 5일이 지났지만 석유화학 업체들은 아직까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유화업계의 경우 33개 주요 품목 중 페트병의 원료인 테레프탈산(TPA)과 저가 플라스틱 소재 폴리스티렌(PS), 타이어의 원료가 되는 합성고무, 파이프용 소재 폴리염화비닐(PVC) 등 4개 품목이 공급과잉 상태라고 진단했다.
정부는 수요가 침체된 품목은 설비 감축을 유도하고 경쟁력을 확보한 업체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유도한다는 방침을 설명했다. 특히 TPA의 경우 업계가 이미 자율적으로 생산량을 줄였지만 정부는 업체 간 인수합병(M&A)를 통해 생산규모를 더 감축해야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정부의 발표는 업계에 대한 자율권고이자 정부가 도움을 주겠다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받아들이는 업계에서는 아무래도 상당한 압박과 의무감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실제 한화종합화학과 삼남석유화학, 태광산업, 롯데케미칼, 효성 등 TPA 생산업체들은 정부의 권고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처럼 비추지는 것 자체를 극도로 꺼렸다. 업체들은 “회사마다 사정이 다른데 정부가 메시지를 던져놔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며 조심스럽게 속내를 드러냈다.
먼저 롯데케미칼과 효성의 경우는 수직계열화 덕분에 생산한 TPA의 대부분을 페트병 등을 만드는 데 고스란히 사용한다. 자체적으로 수급을 맞춘 상황이다.
한화와 삼남, 태광 등 생산량 기준 ‘빅3’ 회사들 역시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한 업체 관계자는 “사실 작년보다 상태가 많이 좋아져서 이익이 괜찮은 상황”이라면서 “만약에 생산량을 줄였다가 내년에 수요가 늘어나면 어떻게 되느냐”라고 반문했다.
다른 관계자는 “정부 발표의 취지나 큰 그림은 공감하지만 산업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지어느 한두 업체가 피해를 감수하는 식으로 가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정부의 메시지에 갈피를 잡지 못하는 건 TPA 뿐 아니라 PS와 PVC, 합성고무 등을 생산하는 다른 유화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업계 관계자는 “유화업계도 이미 수십년 간 생존전략을 세우고 경영활동을 해온 회사들이다. 10주간 외부 업체 컨설팅이 객관성은 몰라도 전문성은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가 알아서 잘 할건데, 조선ㆍ해운 사태에서 놀란 정부가 컨설팅이라고 이미 다 아는 뻔한 이야기만 해놓고 괜히 생색만 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배두헌 기자/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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