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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예민한때 긁어 부스럼" 철강협회 구조조정 보고서 '눈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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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넉달보고 후판설비 절반줄여라니...협회가 할소리냐"

뉴스1

대한민국 철강산업 지도(=한국철강협회)©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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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기락 기자 = 한국철강협회가 지난 5월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의뢰한 철강산업 구조조정 보고서를 두고 업계 불만이 커지고 있다.

원샷법이 시행되는 예민한 시기에 긁어 부스럼이 될 소리를 내놓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에는 과격한 설비감축 논리가 담겨있는데 자칫 자율적으로 진행하는 구조조정에 정부가 개입하는 빌미가 될까 업계는 우려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부 공개된 보스턴컨설팅그룹의 중간보고서가 논란이 되고 있다. 국내 후판 생산능력 가운데 연생산용량 기준 약 400만~500만톤에 달하는 설비를 줄여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이 화근이 됐다. 이는 연간 1200만톤 정도인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3사의 생산설비 절반 정도로 줄이라는 얘기다.

근거는 글로벌 조선경기 침체로 국내 후판 소비량이 지난해 920만톤에서 2020년까지 700만톤으로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다. 그러니 연내 후판공장 1개를 폐쇄하고 단계적으로 2개의 공장을 더 없애야한다는 과격한 논리다.

설비 감축은 철강업체들에게는 매우 민감한 문제다. 철강산업 특성상 신규 설비 투자에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이 들기 때문에 단순히 소비가 준다고 쉽사리 가동을 멈추거나 폐쇄하기 어렵다.

더욱이 외국계 컨설팅 업체가 단 4개월간 철강산업을 들여다 보고 설비 감축을 운운하는 것이 말이되느냐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회원사인 철강업체들이 내는 회비로 운영되는 철강협회가 할 소리도 아니라는 불만도 많다.

업계는 올 2월 국회 본회의에서 원샷법이 통과된 만큼 자칫 협회가 주관한 보고서가 정부 개입의 빌미가 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지금 철강산업은 웟샷법 적용 대상 1순위로 꼽혀 있다.

곤혹스럽게 된 협회는 이번 보고서는 최종적으로 완료되지 않은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또 해당 보고서는 국내 철강산업의 경쟁력을 자체 진단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되는 것일 뿐, 정부가 주도하는 구조조정의 가이드라인으로 활용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공급과잉이기 때문에 설비를 줄여야 한다는 논리는 누구나 내세울 수 있는 것"이라며 "국내 철강산업이 어려운 것은 내부의 문제라기보다 중국 등 외부의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설비 감축과 같은 단순한 해결책보다 구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kiroc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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