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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구조조정 청문회 쟁점은…대우조선 지원결정 책임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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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러리 섰다' 홍기택 발언 진위 가릴 듯…정책실패 책임론 부각 예상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25일 여야가 조선·해운 산업 부실화의 책임규명을 위한 청문회를 내달 8∼9일 열기로 합의하면서 대우조선해양[042660] 부실확대와 지원 결정과정을 두고 금융당국과 주채권은행의 책임론이 다시 부상할 전망이다.

그러나 이번 합의는 청문회의 핵심인 증인 채택 문제를 추후 협의하는 것으로 미룬 상태에서 나온 것으로 나중에 증인 채택이 어떻게 될지에 따라 청문회의 주요 쟁점과 수위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그동안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과 안종범 청와대 정책수석, 홍기택 전 산업은행장을 반드시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앞서 이달 23∼25일 열기로 했던 청문회가 무산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 증인채택에 대해서는 추후 협의하는 것으로 한발 물러서면서 청문회 개최가 다시 합의했다.

일각에서는 추경안이 통과되고 나면 최 의원이나 안 수석의 증인채택을 관철하기는 쉽지 않으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홍 전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았다는 시각도 있다.

만약 홍 전 회장이 증인으로 출석한다면 야당이 홍 전 회장을 상대로 대우조선 지원을 논의한 서별관회의에서 당국의 부당한 개입이나 외압이 없었는지를 집중적으로 파헤칠 것으로 예상된다.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6월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대우조선 정상화 방안을 다룬 작년 10월 서별관회를 두고 "산업은행은 들러리 역할만 했다"고 발언했고, 이 언급이 청문회 개최의 직접적인 단초가 됐다.

결국 그날 서별관회의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가 이번 청문회의 핵심 쟁점이다.

이 자리에서 정부 당국과 산업은행, 수출입은행은 총 4조2천억원의 지원안을 확정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날 서별관회의 안건 자료를 공개한 뒤로 의혹은 더욱 짙어진 상태다.

금융위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문건은 법정관리를 선택하면 수출입은행의 건전성이 심각하게 추락하게 돼 4조2천억원을 긴급 지원해 대우조선을 정상 기업처럼 만들고, 이와 관련한 행위는 면책해 준다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는 대우조선해양과 KDB산업은행이 지난해 삼정회계법인에 의뢰해 작성한 대우조선 실사보고서를 공개하면서 회의 참석자들이 분식회계 가능성을 알고도 공적자금 투입을 결정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심 대표의 주장이 오해라는 입장이지만 당국이 의사결정의 기반이 된 안건 자료를 의도적으로 왜곡했는지에 대한 추궁도 청문회의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11조원 규모의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 조성을 위해 한국은행에 손을 벌리는 것이 타당한지도 주요 쟁점이다.

자본확충펀드는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출 부실로 산은·수은의 자본이 부족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최대 11조원 규모로 조성됐다.

한은의 발권력을 바탕으로 '마이너스 통장'처럼 필요할 때마다 펀드에서 자금을 꺼내 대응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앞으로 이와 비슷한 사례가 발생했을 때 또다시 발권력이 동원되는 일을 막자는 차원에서 야당 중심으로 적법성 공세가 재차 강해질 수 있다.

서별관회의 참석 멤버였던 최 의원이나 안 수석의 증인 채택이 불투명해지면서 야당 의원들의 화살이 현직인 임종룡 금융위원장에게 쏠릴 가능성도 있다.

임 위원장이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을 사실상 진두지휘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가운데 두 업종의 업황이 더욱 나빠지고 있어 정책실패에 대한 책임추궁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은 앙골라 국영 석유회사가 발주한 드릴십 인도로 단기적으로는 유동성에 숨통이 트였지만, 중장기 시계에서는 회사의 지속가능성을 확언할 수 없는 상태이다.

현대상선[011200]은 용선료 협상에 성공하면서 정상화 가능성을 열었지만, 한진해운[117930]은 유동성 고갈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 가능성이 커진 상태다.

한편 임 위원장은 최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대우조선 지원 결정을 한 배경에 대해 "대우조선이 파산했을 때의 사회·경제적 충격, 조선산업에 미치는 영향, 자금 회수에 대한 채권단의 판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자구 노력을 중심으로 하는 경영 정상화를 추진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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