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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구조조정 추경]SOC·빚없는 추경 11조 확정…재정 ‘28조+α’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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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정부가 올해 추가경정예산 총 11조원을 편성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이 중 9조 8000억원이 구조조정 지원, 일자리 창출 사업 등에 투입된다. 정부는 22일 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2016년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현 정부 들어 세 번째 추경이다. 정부는 2013년 ‘민생 안정 추경’ 17조 3000억원, 지난해 ‘메르스(중동 호흡기증후군) 추경’ 11조 6000억원을 편성했다. 이번 추경 규모는 역대 최대였던 2009년 추경(28조 4000억원)과 1998년 2차 추경(13조 9000억원), 2013년, 2015년 추경에 이어 다섯 번째로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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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추경 왜 하나

추가경정예산은 국회가 한 해 예산을 확정한 후 쓸 돈이 부족할 때 본예산을 추가 또는 변경하는 것이다. 국가재정법(89조)은 추경 편성 요건으로 △전쟁, 대규모 자연재해가 발생하거나 △경기침체, 대량실업, 남북관계 등 중대한 대내·외 여건 변화가 발생 또는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국가 의무 지출이 증가하는 경우 등을 들고 있다.

정부는 현재 ‘대량실업’ 발생 우려가 있다고 설명한다. 송언석 기획재정부 2차관은 “올해 들어 취업자 증가 규모가 2010년 이후 처음으로 20만 명대로 위축되는 등 청년층 중심으로 고용 사정이 악화하고 있다”며 “특히 조선업 등 구조조정 영향이 가시화하면서 고용 여건이 나빠져 실업자 증가가 예상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조선업 구조조정으로 내년까지 인력 5만 6000~6만 3000명이 감축될 것으로 예상한다.

②어디에 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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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추경 예산 상당액을 구조조정 지원, 일자리 창출 사업 등에 쓰기로 했다. 총 11조원 중 △국책은행 1조 4000억원 출자, 선박 61척 발주 등 구조조정 지원에 1조 9000억원 △조선업 종사자·청년 일자리 지원, 중소기업 수출 보험 확대 등 일자리 창출 및 민생 안정에 1조 9000억원을 배정했다. 전체 예산의 3분의 1 수준이다.

도로·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이번 추경에 포함하지 않았다. 통상 추경 때 경기 부양을 위한 대규모 인프라 건설 사업을 추진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추경에서 SOC 사업이 빠진 것은 2005년 이후 11년 만이다. 기재부 예산실 관계자는 “여야 정치권이 이번 추경안에 실효성이 떨어지는 대형 SOC 사업을 담지 않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라며 “현재 추진 중인 SOC 사업 일정이 워낙 빡빡해서 돈을 더 넣을 곳도 마땅치 않다”고 귀띔했다.

정부는 이번 추경을 통해 하수도·저수지 정비,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 등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2조 3000억원을 쓰기로 했다. 나머지 3조 7000억원은 지방정부(지자체 1조 8000억원·지방교육청 1조 9000억원)에 나눠주고, 1조 2000억원은 국가 채무 상환에 사용한다.

③재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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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추경은 국채를 전혀 발행하지 않는 점도 특징이다. 정부가 올해 계획보다 더 걷은 세금(초과 세수) 9조 8000억원과 지난해 예산에서 쓰고 남은 세계 잉여금 1조 2000억원을 재원으로 쓰기로 해서다.

정부는 지금까지 추경 재원을 대부분 국채 발행으로 충당했다. 빚 내 사업비를 조달한 것이다. 예컨대 2009년 추경 때는 전체 예산 28조 4000억원 중 21조 5000억원(76%)을 국채를 찍어 조달했다. 올해처럼 초과 세수를 활용한 추경은 과거 1999년과 2003년, 두 차례에 불과했다. 추경을 국채 상환에 쓰는 것도 1999년 이후 17년 만이다.

이에 따라 이번 추경으로 재정 건전성은 오히려 개선될 전망이다. 추경 예산 중 1조 2000억원을 기존 채무를 갚는 데 사용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전체 국가 채무가 기존 644조 9000억원에서 637조 8000억원으로 7조 1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추경을 통한 채무 상환액 1조 2000억원과 지난해 국가 채무 결산 감소분 4조 7000억원, 세계 잉여금을 활용한 채무 상환액 1조 3000억원을 반영한 결과다.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도 애초 40.1%에서 39.3%로 내려갈 전망이다.

④효과는

“일자리 6만 8000개를 창출하고, 경제 성장률을 올해와 내년에 각각 0.1~0.2%포인트씩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호승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이번 추경 효과를 이같이 요약했다. 정부는 기금 여유 자금 활용(3조 3000억원), 한국전력 등 공공기관 투자 확대(1조 3000억원), 정책 금융 지원(12조 4000억원) 등 재정 보강 정책도 추경과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재정 총 ‘28조원 플러스알파’를 쏟아부어 성장률 제고 효과를 높이겠다는 의도다.

물론 반론도 있다. 당장 효과 부풀리기와 실효성 논란, 예산 졸속 편성 우려 등이 나온다.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조선업 근로자에게 지원하는 예산 2000억원은 고용 유지나 이직 지원 등을 위한 것으로 새로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보기 어렵다. 청년·취약계층 일자리 예산 5000억원도 전체 추경 예산의 5%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라고 꼬집었다. 정부는 이번 추경에서 ‘민생 안정 지원’ 예산에 전기차·수소 충전소 보급 659억원, 노후 경유차 조기 폐차 지원 80억원 등을 반영하기도 했다. 구조조정 및 일자리 창출이라는 타이틀에 부합하지 않는 사업을 끼워넣은 것이다.

시·도 교육청으로 내려보내는 예산 1조 9000억원도 갈등을 낳고 있다. 정부는 이 돈을 누리과정(만3~5세 무상보육)에 돌려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지난 21일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시·도 교육청은 현재 14조원이 넘는 지방 교육채를 떠안고 있고 올해 교육채 상환액만도 5000억원이 넘는다”며 “추경 편성으로 인한 교부금 1조 9000억원은 교육채 상환과 학생 교육 활동 지원에 사용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추경 내용을 보면 별다른 의미가 보이지 않는다. 10조원 추경이라고 하지만, 4조원의 지방 부분을 빼면 6조원 밖에 안되는 실정인데 이런 추경을 과연 무엇 때문에 하려고 하나”라며 추경 전반의 내실 부족을 지적하기도 했다.

⑤향후 절차는

정부는 이달 26일 추경 편성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달 말 국회 본회의에서 정부 측 추경 시정 연설을 하면 8월 초부터 상임위·예결위 심사가 시작될 전망이다.

실제 추경 집행 시기는 국회 동의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정부는 ‘패스트 트랙’을 적용해 주기를 바란다. 재정을 늦게 풀면 효과가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2013년 추경 때는 정부 안을 4월 18일 제출해 국회가 불과 19일 만인 5월 7일 이를 의결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추경에는 변수가 있다. 야당이 대우조선해양 등 구조조정 기업 부실 지원 책임 등을 묻는 청문회 개최를 요구해서다. 여당은 최근 야당 주장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성태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재정이 구조조정 여파 등 현안에 손을 놓고 있지 않고 이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면서도 “다만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만 끌 게 아니라 장기적으로 성장을 이끌 분야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과 자원 배분도 필요할 것”이라고 정부 추경안을 총평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도 “경기 침체기에 더 걷은 세금을 쌓아두지만 않고 정부가 이를 지출하기로 한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국내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들어섰음을 고려해 앞으로도 과도하게 세금을 걷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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