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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구조조정 추경]국책은행 1.4조 현금지원… ‘빛좋은 개살구’된 자본확충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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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정부가 올해 편성하는 11조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추경) 중 1조 4000억원을 한국수출입은행·KDB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에 수혈하기로 했다. 기업 구조조정 실탄 마련에 한국은행 발권력을 동원한 ‘자본확충펀드’를 이용하기보다 재정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정치권 주문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22일 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2016년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추경 재원으로 수출입은행에 1조원, 산업은행에 4000억원을 현금 출자하기로 했다. 정부가 현금을 주고 은행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는 방식이다. 이호승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수은은 (은행 건전성 지표인) 목표 BIS 비율을 맞추려면 당장 올해 출자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산은은 자본 확충보다는 정책 금융 지원을 활성화하려는 목적으로 돈을 넣기로 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수출입은행의 BIS비율(국제결제은행인 BIS가 정한 은행 부실채권 대비 자기자본비율)은 9.9%로, 정부가 산정한 적정 비율(10.5%)을 밑돌고 있다. 산업은행은 14.6%로 적정 비율(13%)보다 여유가 있는 편이다.

애초 정부는 오는 9월 말까지 수은에 공기업 주식 1조원을 현물 출자하고, 산은·수은 현금 출자 금액은 내년 본예산에 반영할 방침이었다. 비상 시에 대비해 한국은행과 기업은행이 최대 11조원 한도 자본확충펀드도 조성해 국책은행이 필요할 때마다 자금을 지원하는 ‘캐피탈 콜’ 방식으로 운영키로 했다.

그러나 야당이 제동을 걸었다. 국책은행 자본 확충에 중앙은행 발권력을 동원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김성식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은 전날 PBC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윤재선입니다’에 출연해 “국민 모두에게 부담을 안기는 한은 발권력을 동원하는 것은 옳지가 않다”며 “추경을 통해 수은에 부족한 자본을 확충하고 한은 발권력 동원을 최소화하기로 함으로써 구조조정 자본 확충에 따른 원칙을 어느 정도는 지킬 수 있는 모양이 됐다”고 평가했다. 김성식 의원실 관계자는 “이번 현금 출자를 계기로 국회 상임위 차원의 청문회를 여는 등 수은의 구조조정 기업 부실 지원 책임을 묻고 정부에 제도 개선을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지원으로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수은은 한숨 돌리게 됐다. 수은에 따르면 1조원 현금 출자가 이뤄지면 이 은행 BIS 비율은 0.75%포인트 올라갈 전망이다. 올 3월 말 기준으로 보면 BIS 비율이 9.9%에서 10.65%로 상향돼 정부 목표치(10.5%)를 웃돌게 되는 것이다.

다만 한은 발권력 동원 논란을 부른 자본확충펀드는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의 국책은행 직접 지원 길이 열렸는데, 정작 이 펀드 이용 요건은 까다로워져서다. ‘한국판 양적완화’라는 대통령과 여당이 들고나온 거창한 이름이 무색해진 것이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펀드는 비상 상황에 대비한 방어벽으로, 은행의 지원 요청(캐피탈 콜)이 없다면 비용도 발생하지 않는다”며 문제 될 게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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