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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철강업계, 2분기 실적 양호…“적극적인 구조조정 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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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철강업체들이 2분기(4~6월)에 연초 우려와 달리 양호한 실적을 거둔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 건설경기 회복과 함께 중국 철강업계의 구조조정의 결과로 생산량이 줄면서 국내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철강업계 안팎에서는 “현재의 실적 호전에 안도하기보다는 오히려 적극적인 구조조정에 나설 적기(適期)가 왔다”며 선제적 구조조정에 나설 채비를 갖추고 있다.

동국제강은 11일 크게 개선된 2분기(4~6월)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 1조1657억 원, 영업이익 990억 원을 기록하며 5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하면 156.4%나 늘어났다. 동국제강 측은 “건설부문의 컬러강판과 봉강(철근) 등의 판매가 호조를 보인 덕분”이라며 “2월부터 상업생산을 시작한 코일 철근도 꾸준히 판매량이 늘어나 실적 개선이 계속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실적에 힘입어 동국제강은 원래 3년으로 예정된 재무구조 개선약정을 지난달 초 2년 만에 조기 졸업했다.

포스코 역시 2분기 영업이익이 7000억 원을 웃돌 것이라는 전망이 많고, 현대제철도 4000억 원을 넘기며 선방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난 3월 중국 정부가 “향후 5년간 철강 생산능력을 1억~1억5000만t 줄이겠다”고 발표한 이후 철강재 가격은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실적 개선이 ‘반짝 호황’에 그칠 수 있다면서 이럴 때일수록 구조조정의 고삐를 바짝 죄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송재빈 한국철강협회 상근부회장은 “조선업처럼 상황이 악화된 후에 구조조정을 하려면 정신이 없어 힘들지만, 지금은 오히려 제대로 준비할 수 있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실적 훈풍에도 전문가들이 조심스러운 것은 철강업을 둘러싼 전 세계적 환경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브렉시트 등으로 인한 경기하락 우려가 이어지는 와중에 대선을 앞둔 미국을 중심으로 보호무역주의가 퍼지고 있다. 자국 철강산업을 보호하려는 미국이 중국산 철강을 상대로 반덤핑 과세를 매기면서 한국산 철강에도 함께 과세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원인의 근본에는 전 세계적인 철강생산의 과잉 문제가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전 세계 철강 초과생산량이 약 7억t에 이른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4197만t의 조강생산량을 기록해 세계 4위에 오른 포스코가 약 17년 동안 생산해야하는 양이다.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원자재 가격 부담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최근의 실적 개선은 중국에서 시작된 가격 상승의 반사이익일 뿐, 구조적으로 이익을 내는 상황은 아닌 것이다.

이에 철강협회는 미국계 컨설팅 회사인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구조조정 연구용역을 맡긴 상태다. 21일 포스코의 2분기 실적이 발표된 뒤인 이달 말이면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다음달이면 사업 재편과 선제적 구조조정을 지원하는 기업활력제고특별법(일명 원샷법)이 시행돼 철강업 구조조정은 조만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구조조정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방향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중국 내 2위인 바오산강철과 6위인 우한강철이 합병하면서 세계 2위의 초대형 철강사가 출범을 앞두고 있고, 2월에는 일본 최대 철강사인 신일철주금이 일본 내 4위인 닛산제강을 인수한 사례를 들어 대형 인수합병(M&A)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 국내에서는 같은 그룹 내 합병이었던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가 지난해 7월 합병한 것 외에는 비슷한 소식이 들려오지 않고 있다. 오히려 철강 구조조정 1순위였던 동부제철의 매각작업마저 인수 후보자를 찾지 못해 중단된 상태다.

한국에서는 대형 M&A보다는 각 업체별 제품특화와 과잉설비 정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현대제철은 자동차강판, 동국제강은 선박건조용 후판과 컬러강판 등을 특화하고 건축자재 등은 중소업체에 맡기는 식이다. 송 부회장은 “높은 기술력이 필요 없는 범용제품은 중국산 제품에 밀리는 것이 현실”이라며 “기존 경쟁력은 유지하되 과잉·노후설비들은 정리하는 방향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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