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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기자수첩]입맛대로 바뀌는 구조조정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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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현대상선 용선료는 정말 깎인 것일까. 세계 최대 글로벌 해운동맹 ‘2M’ 가입을 시도하며 구조조정을 진행중인 현대상선에 여전히 용선료 협상과 관련해 의문이 제기된다. 용선료 협상 내용을 들여다보면 ‘인하’보단 ‘조정 또는 지급방식 변경’에 가깝기 때문이다.

현대상선은 해외 22개 선주들을 대상으로 3년반 동안 지급해야 할 용선료 약 2조5000억원 중 5300억원, 21.2% 가량을 조정키로 했다. 이중 절반인 2700억원은 신주로 발행해 선주들에게 줘야 하니 기존 주주들의 주식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게 뻔하고, 나머지 2600억원은 장기채권으로 전환해 수 년에 걸쳐 나눠 지급키로 해 실제로 용선료가 깎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현대상선 구조조정에서 용선료 인하는 채권단 출자전환 등 채무재조정의 핵심 전제 조건이었다. ‘밑 빠진 독에 물붓기가 되지 않으려면 용선료는 반드시 깎여야 한다’는 게 채권단의 입장이었다. 그러나 현대상선 용선료는 깎였다고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채권단은 이를 수용했다. 현대상선이 넉달여에 걸쳐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이 정도 합의면 당초 의도했던 성과를 달성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현대상선의 용선료 협상은 한진해운에겐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다. 때문에 현대상선의 용선료 인하 협상이 일종의 학습효과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실제 한진해운의 구조조정 과정도 당초 제시된 원칙이 지켜는 것 같지는 않다. 한진해운은 용선료를 30% 깎더라도 부족자금이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부족자금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채 자율협약이 진행되고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주 기자간담회에서 한진해운과 관련 “자금 지원이 없다는 원칙이 무너져서는 안 된다”며 원칙론을 강조했지만 한진해운이 부족자금 1조원의 일부만 마련하면 나머지를 채권단이 채워주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 STX조선해양 등 구조조정의 실패 사례로 인해 어느 때보다 구조조정의 원칙이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그 원칙이 상황에 따라 달라지고 있는 터라 과연 지금 진행되고 있는 구조조정을 신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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