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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구조조정에 긴장한 은행권…대기업 대출 줄이고 중소기업은 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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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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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ㆍ조선업 구조조정에 놀란 은행들이 깐깐하게 대기업 여신을 들여다보며 바짝 여신을 조이고 있다. 반면 대기업 여신에 견줘 부실비율이 낮은 중소기업대출은 급증하고 있다.

21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ㆍKEB하나ㆍ우리ㆍ신한ㆍ농협 등 5대 대형은행의 5월 말 대기업대출 잔액은 89조5,878억원으로, 작년 연말(91조4,174억원)과 비교해 1조8,296억원 감소했다. 지난해 동기였던 2015년 5월 말 잔액(94조6,456억원)과 비교하면 5조578억원이 줄었다.

특히 KEB하나은행의 대출 감소가 두드러졌다. KEB하나은행은 올해에만 전체 감소액을 웃도는 2조7,552억원이 줄었다. 은행권은 특히 해운ㆍ조선업에 대한 위험리스크를 줄이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최근 삼성중공업에 대한 단기차입금 만기를 연장하면서 대출 기간을 1년에서 3개월로 축소했다. 조선업황이 좋지 않으니까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자는 차원에서 이뤄진 조치라는 게 해당 은행의 설명이다.

NH농협은행과 KDB산업은행도 조만간 만기가 돌아오는 삼성중공업의 대출을 연장해 주면서 기간을 축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솔솔 제기되고 있다. 업계는 현대중공업이나 대우조선해양 등 구조조정 중인 다른 대형 조선사들도 삼성중공업처럼 대출 만기가 짧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들이 대기업 여신을 이처럼 조이고 있지만 중소기업 대출은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개인사업자대출을 포함한 5대 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작년 연말 329조653억원에서 올해 5월 339조2,654억원으로 5개월 만에 약 10조2,000억원이 증가했다. 매월 2조 안팎이 순증하고 있는 셈이다. 중기대출이 이처럼 급증하는 건 대기업 대출보다 안전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를 기준으로 대기업 여신은 전체 432조6,618억원 가운데 17조4,579억원(4.03%)이 고정이하여신, 즉 부실채권이다. 반면 중소기업 여신은 625조2,706억원 가운데 10조903억원(1.61%)이 부실채권이다. 대기업에 돈을 빌려주는 것보다 중소기업에 대출해주는 게 2.5배 가량 안전한 셈이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대기업 비중을 줄이고 더 안전한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는 게 은행권의 추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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