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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급한 불 껐지만… 한진해운 용선료 협상 암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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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선주 加 시스팬 “용선료 깎아 주느니 선박 회수” 초강수

1900억 회사채 만기 연장 성공 불구

용선료 인하 실패 땐 법정관리行

한국일보

서울 영등포구 한진해운 본사 로비에 전시된 컨테이너선 모형 옆으로 직원들이 지나가고 있다. 홍인기기자 hongi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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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 공동관리(조건부 자율협약) 중인 한진해운이 회생의 관문인 해외 선주와의 용선료 재조정 협상에서 고전하고 있다. 최대 선주인 캐나다 시스팬이 “용선료를 깎아주느니 배를 회수하겠다”고 강수를 뒀기 때문이다.

영국 해운전문지 로이즈리스트는 17일 시스팬의 게리 왕 회장이 한진해운의 용선료 인하 협상에 대해 거부 의사를 밝혔다고 보도했다. 로이즈리스트는 왕 회장이 전화 통화에서 “그 동안 많이 인내했고 한진해운을 지원하고 싶지만 우리 인내심의 한계를 넘어선다면 선박을 거둬들이는 것 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14일 사업차 방한한 왕 회장은 서울 서소문 대한항공 사옥에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1시간 가량 면담했다. 당시 한진해운 측은 “용선료 조정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고 설명했지만 결과적으로 협상은 한 발짝도 진전이 없었던 셈이다.

시스팬은 컨테이너선 120여척을 보유한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선주사다. 한진해운에 선박을 빌려 준 22개 선주사 중 용선료도 가장 많다. 지난달 초 한진해운이 용선료 협상에 나섰을 때부터 시스팬은 “우리 선박은 세계 최고여서 깎아줄 이유가 없다”며 용선료 협상에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한진해운이 시스팬에서 빌린 컨테이너선은 1만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급 7척이다. 모두 대양 항로에 투입하고 있는 주력 선박들이어서 선박을 회수해가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경우 국제 해운동맹에서 한진해운의 위상은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시스팬이 용선료 재조정 대신 선박 회수를 택하면 다른 선주들 역시 같은 선택을 할 가능성도 높다.

한진해운은 이날 열린 사채권자집회에서 오는 27일 만기가 도래하는 1,9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 연장에 성공했다. 그러나 용선료 협상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면 법정관리를 피하기 힘든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시스팬의 강경한 태도가 용선료 연체와 관련돼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진해운은 1분기에 지급해야 할 용선료가 5,952억원에 달했지만 유동성 악화로 일부를 연체했다. 시스팬도 3개월분 용선료 1,160만달러(약 138억원)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용선료를 제때 내고 협상에 뛰어든 현대상선과 대조된다.

인하라는 용어가 시스팬의 자존심을 자극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진해운의 용선료 재조정은 앞으로 3년 6개월간 선주사에 지불해야 할 용선료 2조7,129억원 중 30%인 8,140억원의 절반을 출자전환하고, 나머지는 정상화 뒤 나눠 지급하는 게 핵심이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엄밀히 말해 용선료 재조정인데 인하라고 알려져 선주 측에서 불만을 가진 것 같다”며 “아직 협상을 진행 중이라 결과에 대해 논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날 오후 울산 본사에서 대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쟁의발생을 결의했다. 설비지원 부문 분사와 인력 구조조정 등에 맞서기 위한 조치다. 전체 조합원 대상 찬반투표를 거쳐 파업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지며 산업계 구조조정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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