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3 (수)

"기업 구조조정 새시장 열렸다"…컨설팅업계 '대목' 기대 고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정부·기업 의뢰 쏟아져…"용역 이어 구조조정 성공하면 큰 수익"

연합뉴스

[연합뉴스 TV 제공]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원샷법 시행을 앞두고 기업 구조조정 분야에서 새로운 시장이 열렸습니다."(배화주 삼일회계법인 원샷법지원센터장)

국내 산업계에 '구조조정 태풍'이 몰아치면서 관련 용역을 수행하는 국내외 컨설팅업계의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다.

국내 회계법인과 외국계 컨설팅 업체는 특히 오는 8월 시행되는 기업활력제고특별법(일명 원샷법)이 기업 구조조정 수요를 한 단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원샷법은 부실기업이 아닌 정상기업이 선제적·자율적으로 사업을 재편하도록 돕는 법이다. 각종 규제를 한번에 풀어주고 세제·자금 등을 지원하는 게 골자다.

지난 2월 업계 처음으로 원샷법 지원센터를 설립한 삼일회계법인 배화주 센터장은 "지금까지는 이른바 좀비기업이나 한계기업을 구조조정해 부실을 털어내는 데 주력했다면 이제는 정상기업의 사업을 재편해 미래 성장동력 구축을 지원하는 진정한 의미의 인수·합병(M&A) 시장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삼일의 원샷법지원센터는 각 분야 전문위원 12명과 560명의 수행인력으로 구성됐다. 세미나 등을 개최하면서 원샷법 시행 이후 사업 재편 시장을 준비하고 있고 희망 기업을 대상으로 사전진단용역도 수행하고 있다.

현재 삼정, 안진, 한영 등 다른 회계법인도 원샷법 지원을 위한 센터나 테스크포스팀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회계법인들은 PwC(삼일), KPMG(삼정) 등 해외 유명 회계·컨설팅업체와 손잡고 초기 컨설팅부터 구체적인 구조조정 작업까지 일괄 진행하고 있다.

이미 컨설팅 보고서 의뢰도 쏟아지고 있다.

구조조정 홍역을 치르고 있는 조선업계가 기업가치 평가나 출자 전환 이슈와 관련한 용역 보고서를 의뢰했다.

철강업계도 보스턴컨설팅그룹에 공급과잉 실태를 살펴봐 달라고 주문했다.

조선해양플랜트협회도 '빅3'에 대한 컨설팅을 할 계획이며 석유화학 업계도 비슷한 용역을 발주할 방침이다.

국내 경제단체의 한 원샷법 담당자는 "원샷법에 대한 기업의 문의가 최근 상당히 늘었다"고 밝혔다.

원샷법 시행시기가 다가올수록 각 기업이 자체 발주하는 용역도 많이 늘어날 전망이다. 해당 업체가 속한 업종이 원샷법 지원 대상인지를 살펴봐야 하고 업체의 경쟁력이나 구조조정으로 얻게 될 득실도 면밀하게 따져봐야 하기 때문이다.

구조조정 방침을 정한 뒤 구체적으로 매수나 매도 대상자를 찾을 때도 회계법인 등의 도움이 필요하다.

국내 굴지의 회계법인 관계자는 "올해 들어 신규 용역이 늘어나고 있다"며 "정부 주도의 기업 구조조정이 많아지면 앞으로 관련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외국계 컨설팅업체에 근무하는 한 직원도 "예전에는 업무 가운데 기업 구조조정 관련 사안이 20% 수준이었는데 최근에는 전체의 절반을 넘어섰다"며 "M&A를 하기 전에 컨설팅을 반드시 거치는 추세라 일거리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구조조정 특수, 2000~2001년 정보기술(IT) 특수, 2007년께 업무 효율화 등 성장 전술 조언 등으로 짭짤한 재미를 본 컨설팅업계에 다시 훈풍이 불고 있는 셈이다.

다만 실질적인 구조조정 작업을 하지 않는 외국계 컨설팅업체의 경우 당장 큰 수익을 올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대개 단순한 컨설팅보다는 실제로 기업구조조정이 성공한 뒤에 얻는 수수료가 훨씬 크기 때문이다.

외국계 증권사의 M&A 본부 직원은 "현재는 기대감이 많은 수준이며 본격적으로 시장이 살아나느냐 여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구조조정에 성공해야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는데 실제 매물로 나온 기업은 팔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또 컨설팅 보고서 내용이 부실해 구조조정 작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고, 일부 회계법인은 기업의 분식회계를 적발하지 못해 부실감사를 했다는 비판을 받는 점도 업계가 풀어야할 숙제로 보인다.

cool@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