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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현대상선, 용선료 5300억원 인하 합의…구조조정 순항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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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이 용선료 조정과 채무재조정에 성공하면서 새로운 출발을 앞두고 있다. 해운동맹 가입을 남겨놓고는 있지만 긍정적 전망이 우세해 경영 정상화에 ‘파란불’이 켜졌다는 기대감이 높다.

현대상선은 5개 컨테이너선주사, 17개 벌크선주사들과 용선료 조정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10일 밝혔다. 앞으로 3년6개월간 컨테이너선은 계약한 용선료의 평균 20%, 벌크선은 25%를 낮추는 조건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용선료로 지급해야하는 2조5000억원 중 5300억원의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됐다.

회사측은 “불가능할 것 같았던 용선료 협상 등 모든 자구안이 마무리돼 회사가 정상화될 수 있는 강력한 동력을 얻었다”며 “이달 중 모든 선주들과 본계약 체결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현대상선은 앞서 총 8042억원 규모의 사채권자 채무 재조정을 100% 가까운 동의로 이뤄내 채권단의 자율협약 유지 3가지 조건 중 2가지를 충족시켰다. 해운동맹 ‘디 얼라이언스’ 가입이 마지막 남은 ‘산’이지만 소속 해운사 대부분이 서면 혹은 구두로 지지 의사를 밝혀 공식 출범이 예정된 9월 전까진 가입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가 많다.

3개의 산을 모두 넘어 채권단이 예정대로 7~8월쯤 7000억원대 출자전환을 하게 되면 지분율 40%의 채권단이 최대주주에 올라 현대상선의 지배구조는 완전히 달라진다. 사채권자와 선주들도 출자전환 후 각 20% 안팎의 지분율 보유하게 된다.

반면 지난 3일 이사회에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을 7대 1로 줄이는 무상 차등감자가 결정돼 다음 달 임시주주총회에서 이를 확정하면 현 회장측 지분율은 1% 미만으로 떨어진다. 현대상선은 현대그룹 계열에서 분리되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8일 ‘조선·해운 구조조정안’을 발표하며 채권단이 최대주주가 되면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를 해운전문가로 선임하겠다고 밝혀 경영진 교체도 예고돼 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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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장기운송 계약과 해외 터미널 확보 등으로 영업기반을 다지면서 노후 선박은 정리하고 신규 대형 선박을 확보해 영업력도 높일 방침이다. 1조2500억원 규모의 현대증권 매각 대금이 들어오면서 700%대로 떨어진 부채비율은 용선료 조정, 출자전환이 마무리될 경우 400% 이하로 더 낮아진다. 이렇게 되면 선박펀드 지원이 가능해져 초대형·고효율 컨테이너선 발주를 할 수 있다.

외국 대형 선사들은 경쟁력을 높이는 차원에서 1만8000TEU(6m짜리 컨테이너 1개)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도입한 상황이지만 국내에서는 한진해운이 1만3000TEU급 컨테이너선 5척을 가지고 있는 것이 전부다. 이에 따라 정부는 12억 달러 규모의 선박펀드를 조성해 부채비율 400% 미만인 해운업사들이 1만3000TEU급 선박을 새로 만들어 싼 값에 빌려주는 지원안을 만든 바 있다.

현대상선보다 늦게 자율협약에 들어간 한진해운은 용선료 조정에 대한 필요성을 설명하는 1차 협상을 완료한 상태다.

앞으로 인하폭과 조정에 따른 대가를 두고 줄다리기가 예상되는데다 1000억원 규모의 용선료 연체도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앞날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한진해운은 당초 채권단에 제출한 4112억원 규모의 자구안으로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채권단은 대한항공을 통한 출자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재 출연 등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특히 구조조정안을 제시하며 “정상화 노력을 최대한 지원하되 실패 시 원칙에 따라 처리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확인해 법정관리 가능성을 다시 한번 강조해 그룹의 부담은 커진 상황이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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