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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구조조정 충격파 선제 차단… 돈 풀어 경기 뒷받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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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결정 배경·전망은

한국은행이 1년간의 침묵을 깨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발권력을 동원해 국책은행 자본확충에 10조원을 지원하기로 한 데 이어 기준금리 인하도 전격 단행했다. 우리 경제가 저성장의 덫에 갇힌 뒤로 한은은 부진한 경기 회복세를 뒷받침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려 왔다. 그럼에도 한은은 지난해 7월 이후 올해 5월까지 11개월 연속 동결 결정을 내려 정부와 시장의 기대를 저버리곤 했다.

한은은 동결 때마다 저성장 추세는 우리 경제의 구조적 요인이 상당히 작용한 만큼 금리 인하를 비롯한 통화 완화정책만으로는 안정적인 성장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논리를 폈다. 체질 개선을 통한 구조개혁이 선행돼야 한다는 고집으로 버텨왔다. 그런 한은이 9일 기준금리를 내리자 시장에서는 ‘깜짝 인하’라는 반응이 빗발쳤다. 한은이 신임 금통위원 4명의 가세 후 경제성장에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맡는 쪽으로 행보를 넓혀 가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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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9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시작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남정탁 기자


이날 이주열 한은 총재도 기준금리 인하 배경으로 대내외 경기 부진을 들었다. 이 총재는 “세계경제의 회복세는 여전히 약하고, 국내 실물경제도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며 “국내 경제의 성장세가 예상보다 약화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하반기 본격화될 구조조정과 관련해 “실물경제와 경제주체의 심리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선제적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가 애초 예상보다 늦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등 최근 국내외 상황 변화를 고려하면 “한은이 먼저 움직이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도 했다. 아울러 재정, 구조개혁과 같이 가야 성장 잠재력 약화를 막을 수 있는 만큼 이달로 인하 ‘타이밍’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한은이 이처럼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는 데 동참함에 따라 시장 관심은 추가 인하 여부로 쏠린다. 지난 4월 골드만삭스와 노무라를 비롯한 외국계 투자은행들은 올해 최대 2차례의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권영선 노무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경기부진이 하반기에 더 심화할 것”이라며 오는 10월 기준금리가 연 1.00%로 0.25%포인트 추가 인하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은 현재 기준금리를 0.25~0.50%로 유지하고 있으나 연내 한두 번의 인상이 점쳐지고 있다. 미국과 기준금리 격차가 최대 1%포인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추가 인하 여력은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 이 총재는 ‘실효하한선’을 예로 들어 신중한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우리 경제는 소규모 개방경제국가여서 자본유출 위험이나 국가 신용등급을 고려할 때 주요 선진국보다 금리가 높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번에 금리를 내려 (선진국과 격차가) 실효 하한선에 가까워진 것은 맞다”고 설명했다. 금리 인하로 대출이 쉬워지는 만큼 지난 3월 말 기준 사상 최대치인 1223조7000억원까지 불어난 가계부채의 증가세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부담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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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이 총재가 저유가 효과의 점진적인 소멸 등으로 내년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물가안정 목표치(2.0%)에 접근할 것으로 본다는 견해를 밝힌 점 역시 추가 인하의 제약요인이 될 수 있다.

이날 동부증권은 한은이 이번에 금리를 내린 만큼 연내 추가 인하 가능성은 없다고 예상했다.

황계식 기자 cul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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