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3 (수)

[구조조정의 민낯①] 오락가락 컨트롤타워…'비전 부재' 한계 노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헤럴드경제=정순식 기자] 조선과 해운 등의 구조조정에 대한 정부의 컨트롤타워가 기존의 ‘차관급 협의체’에서 부총리가 주재하는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로 격상됐지만,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부실기업 구조조정 및 산업 재편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시간만 보낸 꼴이 된 데다, 4월 구조조정 청사진 발표 이후 진행된 구조조정 또한 산업 비전의 부재 하에 철저히 재무적 구조조정에 그친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8일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컨트롤타워 격상에 대해 “구조조정은 산업 차원의 구조 개편과 미래비전 제시가 필요하고 고용과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헤럴드경제

이에 따라 새롭게 정립된 구조조정 컨트롤타워는 구조조정에 따른 비용 최소화 뿐 아니라 경기와 고용영향, 산업의 경쟁력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구조조정과 체계적인 사업재편을 종합적으로 추구하게 된다.

하지만, 이는 역으로 그간의 구조조정이 기업의 재무와 산업의 경쟁력 등을 종합적으로 따진 구조조정이 아니었음을 정부 스스로 자인한 꼴이 됐다.

실제 지난 4월 26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주재한 제3차 산업ㆍ기업 구조조정 협의체에서 구조조정의 청사진을 발표한 뒤, 약 한 달 보름의 시간 동안 채권단 주도의 구조조정은 철저히 자구계획 마련에 초점이 맞춰진 측면이 컸다.

자산매각과 인력감축, 비용절감 등 재무적 측면을 강조한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동안 구조조정 수술대에 오른 조선과 해운사들은 업황의 미래에 대한 비전 수립을 챙길 여유 조차 없었고, 이는 결국 조선과 해운사들의 자구안 마련과 이행이라는 해묵은 구조조정의 결과물을 탄생시키는 이유가 됐다.

이에 대해 당시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금의 기업 구조조정은 재무적 구조조정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산업 재편의 비전을 함께 제시해야 하는데, 각 부처간 이해관계가 달라 신속한 구조조정이 힘들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구조조정 컨트롤타워의 혼선도 구조조정 진행 과정에서 적잖은 후유증을 남겼다. 부총리가 불을 지피고, 이후 금융위원장이 주도하다, 다시 부총리로 컨트롤타워가 회귀하는 과정에서 적잖은 시간과 사회적 비용을 수반해야 했기 때문이다.

산업ㆍ기업 구조조정 협의체 재가동을 앞둔 지난 4월15일 유일호 부총리는 G20 재무장관회의 참석 전 기자간담회에서 “현대상선이 가장 걱정이다. 기업 구조조정을 직접 챙기겠다”고 언급하며 구조조정 컨트롤타워의 변경을 시사했다. 하지만 이어 유 부총리는 “기업 구조조정은 정해진 법적인 절차에 따라 추진하는 것”이라며 “채권단과 기업의 조치와 노력이 우선이고, 정부는 지원하는 역할”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자 부총리가 구조조정 발언 수위를 금세 낮췄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리고 불과 한 달 보름여 만에

이 컨트롤타워는 다시 부총리로 회귀했다.

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마치 무언가에 쫒기듯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것 같다” 라며 “전략과 비전이 부재한 채 우왕좌왕하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sun@heraldcorp.com

-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