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전격 금리인하 배경은?…"경기 위축 & 구조조정, 경제 골든타임 상실 우려"

시장 예상 뛰어넘고 1.25%로 인하

"韓 경제 골든타임 놓칠 것이란 우려 작용"
美금리인상 기대 감소, 구조조정 뒷받침

【서울=뉴시스】남빛나라 기자 =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인 1.25%로 전격 인하한 배경은 수출과 내수등 경기 전반의 부진 확산으로 머뭇거렸다가는 한국 경제회복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은의 이번 선택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국민투표가 예정된 점을 감안하면, 시장의 예상을 뛰어 넘는 것이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9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연 1.50%의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1.25%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금통위는 지난해 6월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연 1.50%로 인하한 뒤 그해 7월부터 5월까지 11개월 연속 동결했다.

국내 금융시장에 영향을 줄 국외 이슈가 예정돼있고 국내 2분기 경제지표가 아직 발표되지 않은 상황에서 단행된 전격 인하다.

그만큼 한은이 한국 경제 전망을 어둡게 보고 선제적인 움직임에 나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금통위는 8일 기획재정부가 '기업구조조정 추진계획 및 국책은행 자본확충 방안'을 발표한 다음날 개최됐다. 한은은 11조원 규모의 자본확충펀드에 10조원을 간접출자 방식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이와 더불어 금리인하로 경기부양을 지원하면서, 재정정책과의 공조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뿐만 아니라 지금까지의 경제지표를 바탕으로, 하반기 경기가 살아날 가능성이 적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기업구조조정에 따른 후폭풍도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기본적으로 앞으로 경기흐름이 녹록지 않다"며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줄어든 데다가, 국내 기업 구조조정 등의 요인도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5월 경제지표가 시장의 기대를 크게 밑돌면서, 6·7월 미국의 금리인상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은 사그라들었다. 고용지표의 호조는 미국의 금리인상을 뒷받침하는 주요한 근거였다.

이 연구위원은 "물론 영국 브렉시트나 한국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가 남아있다"며 "하지만 통화정책의 목적은 경기 방향성 판단인데, 이미 한국 경제는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힘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는 "금리를 인하해서 외국인 자금이 유출되더라도, 우려가 현실화하면 조정할 여지가 있다"며 "그런 우려 때문에 금리를 유지하기엔 현 경기상황이 너무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공동락 코리아에셋투자증권 연구원은 "어제 구조조정을 포함한 국책은행 자본 확충안이 예상보다 앞당겨져서 발표됐다"며 "현재 한국경제의 골든타임이 소진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한시가 급하다는 인식이 반영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증시와 채권시장 모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봤다.

공 연구원은 "어느 정도 서프라이즈(깜짝) 인하이기 때문에 코스피는 올라갈 여지가 있지만 결국 경제 펀더멘탈이 개선되고 기업 실적이 뒷받침돼야 그 흐름이 지속된다"며 "2000선 이상에서 며칠 돌긴 하더라도 그렇게 모멘텀이 커 보이진 않는다"고 전망했다.

김은혜 KR선물 연구원은 "이미 채권시장에서는 선물에서는 지속적으로 인하 가능성이 반영됐다"며 "국제 선물 가격 상승에는 크게 작용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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