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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한계 뚜렷한 정부 구조조정 대책…산업개편 큰그림 없고 펀드조성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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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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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관계기관 회의서 국책은행 자본확충 결정

'국책은행 펀드로' 살릴 수 있는 곳은 살리자가 전부
"주요 산업 재편 및 구조조정 방향의 큰 그림 빠졌다"

【서울=뉴시스】정필재 기자 = 정부가 내놓은 산업과 기업의 구조조정 방안은 가야할 목표와 방향도 뚜렷하게 제시하지 않은 채 차량에 기름(실탄)만 채운, 근시안적 대책이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산업개편의 큰그림 없이 조선 빅3의 자구안만 나열하고 앞으로 조선 해운의 구조조정에 들어갈 실탄 마련에 몰두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실탄은 중요하다. 부실기업 및 산업의 위기가 금융권을 거쳐 경제시스템 리스크로 번지지 않도록 방어막을 치는데 더 없이 긴요하다. 하지만 왜 실탄을 마련하려 하는지, 또 얼마나 마련하는 게 적절한지에 대한 큰 그림도 없어 단지 기름만 채우는 건 책임 있는 정책 당국으로서 부실하다 못해 무책임하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우선 하나하나 살펴보면 이번 구조조정 방안은 자본을 투입해 살릴 수 있는 기업은 살려보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어떤 회사를 지원해야 할지, 어떤 산업을 육성해야할지 등 구체적인 방안은 보이지 않는다.

결국 국책은행에 자금을 충원해 줄테니 조선3사와 해운2사, 중소조선소에 대한 구조조정을 잘 처리하라는 것이 전부라는 평가가 나온다.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금융위원회 등은 합동으로 '산업·기업 구조조정 추진계획 및 국책은행 자본확충 등 보완방안'에 대해 논의한 결과 11조원 한도의 펀드를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산업재편에 대해서는 "조선·해운 등 경기민감업종의 신속한 구조조정을 통해 경제체질을 개선하고 현안기업의 구조조정을 넘어 산업 차원의 경쟁력 강화 방안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A기업 채권은행 관계자는 "이번 자구계획안을 보면 자구계획을 이행하면 '지원하겠다'와 자구계획안을 이행해도 회생이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지원하지 않겠다'로 나뉜다"며 "현재 상황을 숫자로 어지럽게 뿌려놨을 뿐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신속한 구조조정, 경제체질 개선, 경쟁력 강화방안 마련 필요 등을 요구했을 뿐 자세한 그림은 없다"며 "상부 기관에 보고하기 위해 진행한 이벤트 같았다"고 평가했다.

산업개편에 대한 그림이 없다는 문제만이 아니다. 자본확충 역시 필요한 곳에 정확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인정하고 있다. 그는 "진행 중인 조선 3사, 해운 2개사에 대한 구조조정이 진행 중에 이번에 회의가 열린 것"이라며 "쉬운 말로 아직 어디 죽이고 살리는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국책은행의 대출을 주요 재원으로 한 11조원 규모의 펀드는 캐피탈 콜 방식으로 국책은행에 지원될 예정이다. 산업은행이 13%의 BIS비율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산은의 현재 BIS비율은 14%를 넘어선다.

대규모 부실이 발견된 지난해에도, 5000억원의 자본을 수은에 출자한 이후에도 14%대의 BIS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수은에 5000억원을 출자해도 BIS비율에 미치는 영향은 0.04%p에 불과하다"고 밝혔고 다른 산은 고위 관계자는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돌입해도 손실을 모두 떠안아 흡수할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산은이 구조조정 등으로 쓸 수 있는 자금이 60조원이 넘어간다"며 "돈이 없어서 구조조정을 못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한 건 정치권의 압력 때문에 채권단 중심으로 움직일 수 없어서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다시 말해 정부와 정치권의 압력에 채권단 중심의 구조조정이 펼쳐지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예컨대 A지역을 대표하는 회사가 파산직전에 놓였다고 가정하면 이 지역구를 대표하는 정치인이 어떻게든 회사를 살리겠다고 공약을 걸고 당선됐을 경우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유 부총리는 "정치적인 문제로 구조조정이 안된다는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구조조정은 정치적 선입견과 무관하게 추진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rus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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