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3 (수)

<기업 구조조정> 골든타임 실기 우려에 정부 재정 동원(종합)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수은에 현물출자 1조원…기업은행에도 1조원 출자해 펀드대출 지원

연합뉴스


[연합뉴스TV 제공]


(세종=연합뉴스) 민경락 기자 = 정부가 국책은행 자본확충을 위해 재정을 적극 동원하기로 결정하면서 구조조정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구조조정 재원 마련 방식을 놓고 팽팽한 입장 차를 보이던 정부와 한국은행이 8일 한발씩 양보한 대안을 수용하면서 갈등은 일단 봉합된 모양새다.

정부는 우선적으로 수출입은행에 연내 1조원 수준의 현물출자를 하고 한은과 함께 11조원 한도의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를 조성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정부가 우선적으로 현물출자를 결정한 것은 원활한 수출입 금융 지원을 위한 목표 BIS비율(10.5%)을 유지하려면 정부의 직접 출연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정부가 코코펀드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수은을 지원하는 간접 출자는 후순위채 성격의 보완자본에 해당한다.

바젤3 기준이 제시한 보통주자본 4.5% 요건을 맞추기 위해서는 정부 출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정부의 수출입은행 직접 출자분은 내년 예산에 이를 반영하기로 했다.

펀드는 자산관리공사가 설립하고 한은이 기업은행[024110]을 통해 10조원을 대출하는 방식이다. 한은의 손실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용보증기금이 지급보증을 한다.

정부도 기업은행을 통해 1조원 미만 규모의 후순위대출을 현물출자 방식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한은이 대출한 10조원을 선순위로 두면서 기업은행의 자금 조달 부담을 경감해주기 위한 것이다.

이호승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은 "기본에 해당하는 보통주자본은 정부 출자로 우선한다는 게 기본 구조"라며 "11조원 펀드는 구조조정이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흘러가는 경우에도 충분한 방어막이 있다는 것을 미리 알리는 안전장치"라고 말했다.

직접출자에 난색을 보여온 한은은 시장 불안이 금융시스템의 위험으로 전이될 경우 수출입은행 출자를 포함한 다양한 수단을 강구하기로 합의하며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섰다.

정부는 한은이 수출입은행에 출자하면 출자지분을 조기에 양수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하며 한은과 보조를 맞췄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추경 편성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지만 추경에 대한 고려는 이번 발표에 포함되지 않았다.

국가재정법은 추경 편성 요건으로 전쟁·대규모 자연재해 발생, 경기 침체·대량실업 등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 발생, 법령에 따라 국가가 지급해야 하는 지출이 발생하거나 증가하는 경우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아직 구조조정에 따른 대량실업 사태가 현실화되지 않은 데다 추경 편성 여력 등을 고려하면 추경보다는 현물출자 등의 효과가 크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날 발표한 국책은행 자본확충 방안은 당초 시한보다 20여 일 앞당겨진 것이다.

구조조정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정부가 재정을 적극적으로 동원하며 한은과 서둘러 접점을 찾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최근 경제성장률, 산업·소비동향 등 관련 지표들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데다 미국의 금리 인상, 브렉시트 등 대외적으로 돌발 변수가 산재해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구조조정 재원 마련 방식을 두고 정부와 한은은 지난 총선 이후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며 입장차를 쉽게 좁히지 못했다.

새누리당은 총선 과정에서 구조조정 재원 마련 방법으로 한국은행이 채권을 인수해 돈을 푸는 '한국판 양적 완화'를 제시했다.

여기에 박근혜 대통령이 "한국형 양적 완화 정책을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한국은행의 역할론이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국은행은 발권력 동원은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고 확실한 담보도 제공돼야 한다며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지급보증과 대출금 조기 회수방안을 정부에 요구했다.

특히 수출입은행에 대한 직접출자는 더더욱 어렵다고 난색을 보였고 야당도 정부의 재정 역할을 강조하며 한국은행의 입장에 힘을 실었다.

결국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여야 3당 정책위의장은 지난달 20일 열린 여·야·정 민생경제점검회의에서 구조조정 과정에서 재정의 역할이 있어야 한다는 원칙에 의견을 모았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위기 극복을 위해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하고 나서면서 정부의 책임에 대한 사회적 요구도 커지기 시작했다.

정부와 한은이 국책은행 자본확충 방안에 합의를 이루면서 구조조정도 속도를 낼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불씨는 남아있는 상황이다.

한은은 '시장 불안이 금융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경우' 수출입은행 출자 등 다양한 대책수단을 강구하기로 했다.

경제가 최악의 위기 상황에 빠졌을 때 한국은행의 '최종대부자' 역할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위기 상황에 따라 이를 근거로 한은에 수은 출자를 요구할 수 있게 됐다.

구조조정이 장기화하거나 대량실업 등을 통해 위기가 번질 경우 한은의 출자 여부를 두고 정부와 한은 간 갈등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 국장은 "한은의 수은 출자는 극단적인 상황에서 정부와 함께 할 수 있는 중앙은행의 책무를 말한 것"이라며 "가까운 장래에 그런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뜻에서 말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부가 이번 발표에서 신용보증기금의 지급보증 재원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도 또 다른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다.

2009년 은행확충펀드 조성 당시에는 한은이 신보에 보증 재원을 출연했다.

한은은 이번에는 정부가 출연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지만 현재 한은이 부담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rock@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연합뉴스


이호승 기재부 경제정책국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연합뉴스 자료사진]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