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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기업 구조조정> 한숨 돌린 조선·해운업계 "이제부터 시작"(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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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3사 10조3천억원대 자구안 마련…전체 조선업 20만명 중 5만명 실직위기

해운업계 구조조정 고비 넘기고 2막 돌입…운명의 '6월'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고웅석 윤보람 기자 = "조선업은 그동안 성장일로를 걸어왔습니다.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이제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에 들어섭니다."

주채권은행에서 자구계획 잠정 승인을 받은 대형 조선업체의 한 고위 간부가 '뼈를 깎는 고통'이 수반되는 구조조정 작업을 앞두고 한 말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조선 3사 중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지난주에 각각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과 산업은행으로부터 자구안 승인을 통보받았다. 대우조선해양도 이날 대주주이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서 5조3천500억원대 최종 자구안을 확정받았다.

조선 3사의 자구계획 규모를 모두 합치면 10조3천5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이들 3사가 기록한 적자 규모인 8조5천억원을 웃도는 수치다.

먼저 구조조정에 들어간 양대 국적 해운사인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은 몇 차례의 고비를 넘기며 자구안 이행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상선은 가장 핵심이자 난관으로 꼽혔던 용선료(선박 임대료) 인하 협상의 타결을 앞두고 있고 글로벌 해운동맹 합류를 위한 물밑 작업도 진행 중이다.

현대상선에 이어 용선료 협상에 뛰어든 한진해운은 회생 여부를 결정지을 열쇠로 떠오른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고자 고군분투하고 있다.

◇ 조선업 공급과잉 해소에 초점 = 조선업 구조조정 작업은 인력과 설비 감축을 통한 공급과잉을 해소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조선 3사가 줄이고자 하는 인력 규모는 6천명 안팎이다. 이들 3사의 직접 고용인원 6만명 중 10%가량이 수년 내에 직장을 떠나게 되는 셈이다. 협력사까지 포함하면 전체 조선업 인력 20만명 중 5만명이 실직위기에 노출돼 있다.

이와 함께 조선 3사는 비핵심 사업분야에 대한 혹독한 정리 작업에도 착수한다. 현대중공업은 투자 목적으로 보유 중인 유가증권이나 울산 현대백화점[069960] 앞 부지, 울산 조선소 기숙사 매각 등 자산 처분 외에 지게차·태양광·로봇 등 사업분야 분사 등을 자구계획에 담았다. 하이투자증권 등 3개 금융계열사를 매각하는 방안도 들어 있다. 자구계획 규모는 3조5천억원에 달한다.

이를 통해 현대중공업은 2018년까지 현재 8조5천억원(연결 기준 13조원)가량인 차입금을 2조원 이상 줄여 6조원대로 낮추고, 부채비율도 134%(연결 기준 218%)에서 100% 이하로 낮출 계획이다.

삼성중공업의 1조5천억원대 자구안에는 거제도 삼성호텔과 판교 연구개발(R&D) 센터 등 비업무용 자산과 보유한 유가증권의 매각 등의 내용이 담겼다.

유상증자 추진안도 자구계획에 포함됐다. 삼성중공업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 계열사들이 주요 주주로 돼 있다.

대우조선은 이번 주 후반에 최종 자구안을 확정 지을 예정이다. 지난해 5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적자 규모가 가장 큰 만큼 자구안도 가장 많은 내용이 담겼다.

우선 대우조선은 해상선박건조대인 '플로팅 독(floating dock)' 5개 중 2개를 매각하는 방안 등을 통해 선박 건조설비를 30% 감축할 방침이다.

알짜인 특수선 사업부를 자회사로 전환해 상장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는 방안 외에 서울 본사 사옥과 중국에 설립한 선체 블록 공장인 '대우조선해양산둥유한공사(DSSC)' 매각 등이 자구안에 포함됐다. 대우조선의 전체 자구안 규모는 5조3천500억원대이다.

조선 3사는 8월께 회계법인을 통한 경영진단과 조선해양플랜트협회 주관으로 시행하는 합동 컨설팅 결과가 나오면 필요시 추가 자구계획을 마련할 예정이다.

채권단과 금융당국은 회계법인을 통한 조선 3사의 경영진단 결과가 내달 초에 나오면 조선업 전체의 밑그림을 그리는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합병과 분할 등의 방안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구조조정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회생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진통이 이어질 것이다"며 "힘든 산고를 거쳐 우리 조선업이 최고의 경쟁력을 되찾게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2막 접어든 해운업 구조조정 = 해운업 구조조정은 용선료 협상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2막을 향해 달려가는 모양새다.

현대상선은 늦어도 이번 주 내에 해외 선주들과 용선료 재조정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할 전망이다. 용선비 지출의 주를 이루는 컨테이너선의 용선료 인하는 합의에 이르렀고, 벌크선 선주 2곳과의 최종 타결만을 앞둔 상황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선이 용선료 협상을 타결하면 해운동맹 가입도 수월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달 안에 해운동맹 '디 얼라이언스' 회원사의 동의서 확보 작업을 추진하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두 과정을 마무리하면 앞서 완료한 사채권자 채무재조정과 함께 자율협약 조건을 모두 충족하게 된다.

현대상선보다 늦게 자율협약에 들어간 한진해운은 해외 선주들을 대상으로 용선료 조정의 필요성 등을 설명하는 1차 협상을 완료한 상태다. 곧 구체적인 조정 내용을 협의하는 후속 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이와 함께 1천억원 규모의 용선료 연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연체액은 이번 달에 2천억∼3천억원대로 불어날 수도 있다.

한진해운은 당초 채권단에 제출한 자구계획안대로 4천112억원 규모의 유동성을 확보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지난달 말까지 H라인 해운 잔여지분과 벌크선 매각, 일본 도쿄 사옥 일부 유동화 등으로 650억원가량을 확보했다. 이달에는 런던 사옥 매각 잔금과 상표권 유동화 수익 등을 통해 추가로 약 660억원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해운은 자율협약 조건 중 해운동맹 가입만 완료한 상태다. 용선료 협상이 순탄하게 이뤄져야 이달 17일로 예정된 1천900억원 규모의 사채권자 채무재조정도 성공할 수 있다.

정부는 이날 발표한 '산업·기업 구조조정 추진계획'에서 해운사들의 정상화 노력을 최대한 지원하되 실패하면 원칙에 따라 처리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특히 한진해운에는 "소유주가 있는 만큼 개별 회사 유동성은 자체적인 노력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대주주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추가 지원을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이날 해운업계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중장기 방안을 함께 내놓았다.

우선 업계 이해도가 높은 해운 전문가를 최고경영자(CEO),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선임하는 등 경영진 교체와 더불어 지배구조 개편에 나서기로 했다.

아울러 장기운송 계약, 해외 터미널 확보 등으로 안정적 영업기반을 다지면서 새로운 선박을 짓고 노후 선박을 정리하는 방식으로 선대를 개편해 영업경쟁력을 확보할 방침이다.

지난 3월 마련한 12억달러(약 1조4천억원) 규모의 선박 펀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수요 변화에 따라 규모와 대상 선종을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freemong@yna.co.kr br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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