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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조선-해운 구조조정안 확정]곪은 상처에 혈세 수혈…추가 부실시 국가경제 ‘폭탄’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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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 대출 부실땐

국민부담 전가 우려 여전…과제 첩첩

컨트롤타워도, 큰 그림도 없이 진행

산업경쟁력 강화 당초 목표 퇴색 지적도


수 년째 묵혀온 곪은 상처를 건드렸다는 의미는 있지만 이번 정부의 구조조정도 적지 않은 한계점을 남겼다.

한국은행이 대출을 통해 조선ㆍ해운 구조조정에 필요한 자금을 확충키로 했지만, 대출이 부실화될 경우 국민들에게 부담이 전가될 우려는 여전하다.

대우조선의 경우 5조3000억원의 자구안 이외에 최악의 경우를 가정해 2조원의 비상계획을 마련키로 한 것처럼, 조선ㆍ해운 경기가 당초 전망과 달리 좀처럼 살아나지 않을 경우 더 큰 부실이 발생할 수 있고, 이는 곧 금융 시스템과 국가 경제를 뒤흔드는 폭탄이 될 수도 있다.

당초 좀비기업 퇴출에 강한 의지를 보였지만 정치논리가 개입되면서 정리가 결정된 기업은 STX조선 1곳에 불과해 또 다시 ‘대마불사’(大馬不死ㆍ큰말은 죽지 않는다),‘온정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12조원의 혈세가 투입돼야 할 판이지만 컨트롤타워도, 큰 그림도 없이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산업경쟁력 강화라는 당초 목표도 퇴색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 구조조정도 온정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4.ㆍ13총선 이후 본격화된 기업 구조조정이 조선ㆍ해운 업종을 대상으로 두달여 간 진행됐지만 정리된 기업은 STX조선해양 1곳 뿐이다. 조선과 해운은 산업시장 변화로 수년째 막대한 적자를 내며 1순위 산업재편 업종으로 꼽혔다. 조선 빅3(대우조선해양ㆍ현대중공업ㆍ삼성중공업)업체는 물론, 수 조원의 혈세가 투입된 성동조선 등 중소조선사의 구조조정도 시급한 과제였다. 과잉공급이 문제로 지적됐지만 실제 정리된 기업은 STX조선 한 곳에 불과했다.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등 해운업의 구조조정도 당초 목표를 상실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상황과 전망, 기업의 상황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돼야 하지만 용선료 협상, 해운동맹 가입 등 개별 이슈에 함몰돼 기업생사에 대한 논의는 사라졌다는 비판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구조조정은 단순히 금융의 시각에서 접근할 문제가 아닌, 산업 구조의 개편을 염두에 두고 진행해야 하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는 시장논리가 아닌 정치논리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정권과 지역구 민심이 반영돼 철저해야 할 구조조정 대원칙이 흔들렸다. 막대한 혈세가 들어가지만 컨트롤타워도, 자금 준비도 없이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부처 간 혼선만 키웠다.

김광두 서강대학교 명예교수, 백용호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등 역대 정부에 참여한 학자들은 지난달 30일 한 토론회에서 “진영논리를 떠나 범정부 차원의 구조조정 컨트롤타워를 조속히 세워야 하며 과정과 결과는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며 정부의 구조조정 방식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막대한 돈을 쏟아부은 STX조선해양이 결국 법정관리 수순을 밟으면서 자율협약 효용성 논란도 제기됐다. 회생 가능성이 낮음에도 채권단이 자금을 지원해 연명하게 함으로써 되레 구조조정의 적기를 놓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부실 초기 단계부터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기업과 은행의 상시적 협력체제가 필요하고 보다 근본적으로 구조조정의 틀을 다시 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책은행에만 구조조정이나 기업여신이 몰리는 것 역시 고쳐져야 할 문제로 지적됐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항상 설거지는 국책은행만 하는 구조가 고착화되어서는 안된다“며 “시중은행 역시 대기업 여신에 수동적으로 대응할 게 아니라 상시적 구조조정이 가능케 하는 역량을 늘려나가야 혈세를 통해 국책은행만 독박을 쓰는 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황혜진 기자/hhj6386@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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