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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 (화)

[기자수첩]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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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뭔가 순서가 뒤바뀐거 아닌가요?”

정부가 4월말 차관급협의체에서 업황이 악화된 조선, 해운업 구조조정에 적극 나서겠다고 발표했지만 정작 구조조정의 당사자들은 그 방향성에 혼란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조선업 구조조정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전체 밑그림 없이 이들에 여신을 공급한 산업은행, 수출입은행에 돈을 얼마나 투입할 수 있는지에만 공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부실 조선사 구조조정에 얼마나 혈세를 투입할 수 있느냐에 따라 구조조정의 방향이 정해진단 뜻이기도 하다.

조선업황이 살아날 경우 미래에도 수출 주력업종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인지, 규모를 대폭 축소해 우수 기술력이 있는 분야만 집중 육성하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대로 사양산업이 될 것인지에 대한 분석이 없다. 가장 중요한 구조조정에 대한 밑그림은 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맡겨놨을 뿐이다.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에 4조원대 자금을 집행한 것이 국가 보조금이 아니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눈총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산업재편 등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로 인해 정부는 겉에선 자본확충만 하고 업계와 채권단이 구조조정에 나서는 모양새다. 그러나 조선업이 기간산업인데다 채권단 대부분이 국책은행인데 정부의 입김이 없을 리 없고 없다는 게 더 어색할 따름이다. STX조선, 대우조선의 생사를 결정짓는 판단도 서별관회의를 거쳤다.

‘눈 가리고 아웅’이라도 해보고 싶은 정부의 생각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이러한 방식은 구조조정의 시간만 지체시킬 뿐이다. 업계는 구조조정을 하고 싶은 마음이 별로 없고, 채권단은 정부만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구조조정에 소요되는 돈줄은 정부가 쥐고 있기 때문이다. 채권단 중심의 구조조정도 옛말이다. 해외 이해관계자가 많아 채권단이 주도권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그로 인해 정부의 구조조정에 대한 진정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10년도 더 지난 ‘변양호 신드롬(공직사회 보신주의)’이 거론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책은행 자본확충 논의는 ‘책임있는 결정’을 일단 피하려는 정부 부처 공무원들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결과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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