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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 (화)

[무책임한 구조조정]③정치에 치인 난파선 두고 문 연 20대 국회<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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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구조조정 협의체, 총선 국면 5개월간 '개점휴업'

정치 일정에 밀린 구조조정…"항상 곪아 터져야 수술한다"

(서울=뉴스1) 전보규 기자,문창석 기자 =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둘다 살릴지 하나만 살리지, 또 살아남는 게 누굴지, 아무도 모릅니다. 끝날 때까지 알 수도 없고요. 왜냐고요? 구조조정이 왜 이 시점에 급물살을 타는지 생각해보면 알 것 같습니다."

20대 총선이 끝나고 기업 구조조정 이슈가 수면으로 떠오르기 시작한 지난달 중순, 한 금융권 관계자의 말이다. 기업 구조조정이 경제가 아닌 정권의 정치적 판단에 따라 좌지우지하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우리나라는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제대로 된 기업 구조조정을 하지 못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구조조정에 따른 대규모 실업사태 등을 우려해 책임을 다음 정권 또는 다음 사람에게 떠넘기는 과정을 반복했다. 구조조정이 더는 피할 수 없는 벼랑 끝까지 온 원인과 그 책임이 정부와 정치 지도자들에게 있다는 분석한다.

산업은행과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이 STX조선해양 등의 구조조정 적기를 놓친 데에도 이런 배경이 있다.

뉴스1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STX조선해양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을 검토한다고 25일 공식 발표했다. 사진은 25일 서울 중구 후암로 STX 조선해양 빌딩 모습. 2015.5.25/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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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자율협약 신청 때부터 시중은행들은 'STX조선은 회생 가능성이 작다'는 의견을 냈다. 그러나 산업은행 중심의 채권단은 자율협약을 선택했다. 채권단 관계자들의 말을 빌려보면, 당시 자율협약 결정엔 정부의 입김이 작용했다. 대통령 임기 시작과 동시에 법정관리로 경제에 충격을 줘선 곤란하다는 뜻이다. STX조선은 박근혜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2013년 3월25일)한 일주일 정도 뒤인 4월2일 자율협약을 신청했다.

지난해 12월에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채권단의 일부는 매우 강경했다. 이 시중은행은 지원 요청을 거부하고 채권단에서 빠졌다. 그래도 산업은행은 자율협약을 유지하고 4000억원을 더 줬다. 올해 4월 총선까지 STX조선을 살려두라는 정부의 압박이 있었다는 게 금융권 관계자들이 전하는 말이다.

정부의 구조조정 컨트롤타워인 '산업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 협의체' 회의가 열린 시기를 보면, 이런 상황의 실체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지난해 10월 첫 회의를 연 협의체는 다음 달인 11월 중순 2차 회의를 하고, 총선이 끝날 때까지 5개월간 회의를 하지 않았다. 3차 회의가 열린 건 총선 두 주 뒤인 지난달 26일이다.

총선 국면이던 올해 1월 자금을 지원받은 STX조선은 4개월 만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한 달에 1000억원을 투입해 법정관리를 미룬 셈이다.

뉴스1

대우조선해양이 부채비율이 1년 사이에 6천800% 포인트 이상 높아져 7천300%를 초과해 대규모 구조조정이 예고된 가운데 4일 오후 서울 중구 대우조선해양 본사 앞 교차로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져 있다. 2016.5.4/뉴스1 © News1 이동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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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은 지난해 10월 대우조선에 4조2000억원의 자금 지원을 결정했다. 대우조선은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자율협약이나 법정관리로 가면 경영정상화가 지연될 소지가 있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나 대우조선 부실에 대한 사회적 우려를 높이는 것보다 살리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분명히 하는 것이 총선에서 여당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점을 고려했다는 얘기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우조선에 대한 채권단의 지원은 현재 자율협약과 다르지 않지만, 외형상 자율협약은 아니다"며 "여기엔 국민 정서를 반영한 결과물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구조조정은 문제가 터지기 전에 하는 것이 결과가 제일 좋았다"고 전제한 후 "공직자들은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말하지만, 결과는 항상 곪아 터져야 수술하는 꼴이었다"고 평가했다.

이런 기업 구조조정 판을 만든 국회는 자신들이 외면해 난파한 조선과 해운회사들을 버려둔 채, 30일 20대 국회를 연다.
jbk8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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