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9 (화)

[중소조선소의 운명은③]STX에서 읽는 구조조정의 원칙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성과 없이 운영자금 지원없다

▷회생 이득보다 추가지원 비용 커면 퇴출

▷업황 고려해 향후 수주 경쟁력 없으면 퇴출



[헤럴드경제=김재현 기자]구조조정의 원칙이 바뀌고 있다.

기업을 살리기 위해선 운영자금 지원도 불사하던 과거와는 달리 기업이 자체적으로 운영자금을 확보하고 성과를 내기 전에는 추가 자금지원 없이 자율협약을 진행한다.

일자리 문제, 파급효과 등을 내세우며 이익이 나지 않는 부문도 회생시키던 과거와도 바뀌었다.

헤럴드경제

돈이 되는 부분만, 스스로 운영자금 만들어 가시적인 성과를 낼때 살려주는 방식으로 구조조정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산업은행은 지난 25일 STX조선해양 채권단 실무자회의를 열고 STX조선해양에 대해 법정관리를 신청하기로 결정했다.

산업은행은 “STX조선해양은 조선사로서 계속기업 유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부족한 자금을 추가 지원할 경제적 명분과 실익이 없다”며 “STX조선해양도 회생절차 신청이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신규수주가 들어오지 않는 상황에서 이미 수주한 배들을 건조할 1~2조에 달하는 운영자금을 계속 채권단이 지원해야 하는데 이를 지원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불과 5개월전인 지난해 말 4500억원의 운영자금 지원을 결정했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이같은 모습은 지난 4월 한진해운과 자율협약을 맺을 때에도 보였다.

헤럴드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채권단은 당시 운영자금도 지원해달라는 한진해운 측에 “(용선료 협상이 끝나는 시기인) 4개월동안의 운영자금을 직접 마련하라”며 거부의사를 밝혔다. 한진해운은 이에 따라 유동성 확보를 위해 H라인 해운의 지분을 매각하고 일본 사옥을 매각하는 등 4000억원 규모의 유동성 확보 마련에 나섰다.

이에 대해 채권단 관계자는 “지금은 운영자금을 지원해주면서까지 기업을 회생시킬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번 운영자금을 넣게되면 ‘돈을 넣고도 살리지 못했다’는 비난여론이 일 것을 의식하게 되 쉽게 법정관리에 보낼 수 없게되고 계속 회사측에 끌려다니게 된다는 것이다.

사채권자들과의 관계도 문제가 된다.

채권단이 회사에 운영자금등을 지원하면 사채권자들이 ‘채권단이 회사를 살릴 의지가 있다’고 판단, 사채권자 집회를 거부하고 채권단의 지원 자금으로 자신들이 투자한 돈을 회수하려 든다는 것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정작 회사를 살리기 위해 넣은 돈이 사채권자들에게 빠져나가면서 회사 정상화에는 쓰이지 못하는 상황이 오게 된다”며 “예를 들어 해운업종의 경우 적어도 용선료 협상 성공 등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기 전에는 운영자금을 넣을 수 없다”고 말했다.

실직문제, 전ㆍ후방 산업에의 파급효과 등을 내세우며 기업을 살리던 예전 모습도 버렸다.

지난 1월 수주절벽이 가시화된 이후 자율협약을 체결한 한진중공업의 경우 일반상선 분야는 중국의 낮은 인건비를 이용한 저가수주 공세속에서 더 이상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고 판단, 신규수주를 받지 않고 상대적으로 저가 경쟁이 가능한 수빅 조선소로 분야를 이동하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영도조선소는 경쟁력이 있는 쇄빙선 등 특수선박, 방위산업분야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일반상선관련 인원들 역시 본인의의사에 따라 수빅 조선소로 이동해 근무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경쟁력이 있는 부문만 남기고 경쟁력이 없는 부문은 퇴출시키는 한진중공업의 구조조정 사례가 향후 구조조정의 시금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madpen@heraldcorp.com

-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