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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 (화)

임시공휴일 효과 삼킨 구조조정 충격…소비심리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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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성장률 2%대도 흔들려

“한은, 추가 금리 인하 필요”

울산 현대백화점의 4월 1일~5월 9일 매출액은 1년 전보다 2% 줄었다. 같은 기간 현대백화점 전체 매출이 3% 오른 것과는 대조적이다.

경남 창원시에서 치킨가게를 운영하는 이신성(47)씨는 “평균 90건 정도였던 주문량이 최근 두 달 동안 40~50건으로 40%가량 줄었다”고 푸념했다. 창원의 한 대형마트 관계자도 “경기 영향을 덜 받는 휴지·샴푸·비누 같은 생필품 매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 감소했다”고 말했다.

조선·해운사 구조조정이 지방 경제에 찬물을 끼얹으면서 연초 반짝 살아나는 듯했던 소비심리까지 다시 움츠러들었다.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9로 전달보다 2포인트 하락했다. 이 지수는 3~4월에 올랐지만 이달 들어 3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서며 100을 밑돌았다. 주성제 한은 통계조사팀 과장은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소비자들의 경기 인식이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연초 재정 조기 집행과 개별소비세 인하 등을 통해 내수 부양과 경제심리 회복에 주력했다. 또 이달 6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기도 했다. 정부는 “임시공휴일이 소비심리 개선에 효과가 있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구조조정 회오리에 그나마 살아나던 부양 효과마저 실종 위기다.

취업기회도 7년2개월 만에 가장 낮아

백웅기 상명대 금융경제학부 교수는 “정부의 소비진착책으로 ‘반짝 회복’이 있긴 했지만 가계부채와 같은 구조적인 문제로 민간소비는 추세적으로 부진하다”며 “여기에 기업 구조조정 여파로 경제 심리가 나빠지면 실질 소비가 줄어들고 더 나아가 경제 전체의 활력이 급속히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여기에 구조조정 발(發) 고용대란 가능성도 가시화되고 있다. 5월 취업기회전망CSI는 74로 전달보다 8포인트나 떨어졌다. 금융위기 영향을 받은 2009년 3월(55) 이후 7년2개월 만에 가장 낮다. 구조조정 진행에 따른 대량 실업 발생 우려가 반영됐다. 이미 수출 부진 장기화로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고용시장은 위축됐다. 지난달 제조업 취업자는 전년 같은 달보다 4만8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2013년 11월(3만5000명) 이후 증가 폭이 가장 작다.

구조조정에 따른 충격은 가뜩이나 저성장에 허덕이고 있는 한국 경제에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국제통화기금(IMF),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같은 국내외 주요 연구기관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 중반으로 보고 있다. 구조조정 충격이 더해지면 2%대 성장도 위태로울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한은이 보다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KDI가 금리 인하론에 불을 지폈다.

김성태 KDI 거시·금융경제연구부장은 “지금 금리를 내리면 경기 하방 압력을 완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13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간담회에서 “구조조정 과정에서 파급되는 실물경제, 금융시장의 영향은 금리를 결정할 때 고려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하남현·유부혁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하남현.유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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