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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 (화)

[오동희의 思見]산은은 과연 구조조정 '전문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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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재계 전반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사견(私見)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라는 취지의 사견(思見)을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 관리에 있던 STX조선해양이 결국 법정관리행을 택하게 됐다. 채권단의 손으로는 더 이상 회생의 길을 찾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법정관리를 통해 회생의 마지막 카드를 사용할 심산이다. 마지막 인공호흡기를 달아서 심폐소생을 할 수 있는지를 볼 참이다.

이 시점에서 국내 부실기업의 구조조정을 맡고 있는 KDB산업은행이 응급실에 실려온 환자들을 제대로 살릴 수 있는 응급 전문의인지, 팀을 구할 수 있는 구원투수인지 우선 따져볼 일이다.

머니투데이

오동희 산업1부 부장 칼럼 사진


응급실 전문의는 생명이 경각에 달린 환자를 살려내는 전문 지식이 있어야 하고, 훌륭한 구원투수는 실점의 위기에 있는 팀을 구해내고, 승부를 뒤집을 기반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

산은이 STX조선해양을 법정관리행으로 보낸 것은 2013년 7월 채권단 관리에 들어간 이후 병의 개선이 전혀 없이 더 악화됐기 때문이다. 채권단 관리 직후인 2013년부터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영업현금 흐름은 2년 연속 마이너스 1조원을 넘어섰다.

2013년 -1조 4133억원에 이어 2014년에도 -1조 3966억원이었다. 재무 구조가 전혀 개선되지 않은 것이다.또 지난해에는 약 300억원의 마이너스 현금흐름을 보였고, 결국 올 1분기 -1915억원의 마이너스를 기록한 후 산은이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다고 손을 들었다.

산은이 전세계적으로 일고 있는 조선업의 글로벌 수주절벽을 사전에 예견하고 대응하지 못해 실기를 했다고 비판할 수는 없는 일이다.

어떤 의사도 말기암 환자를 자신있게 살릴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고, 완벽한 치료법을 갖고 암을 완치할 수 있다고 공언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사라면 최소한 제대로 된 진단은 할 줄 아는 능력은 갖춰야 한다.

산업은행이 이날 STX조선해양의 법정관리 불가피성을 설명하면서 몇일 남지 않은 5월말에 부도가 예상된다고 밝힌 것은 산은이 얼마나 미래 예측성과 과단성, 전문성이 부족한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대목이다. 결국 부도가 나면 모두가 알게 되는 상황이 되니 이제사 이를 공개했다는 것과 진배없다.

구조조정은 책임의 최소화가 아니라 피해의 최소화가 최우선이다. 끌 때까지 끌다가 마지막에 손을 드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미리 예측하고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더 빠른 결단을 내려야 했다.

이런 측면에서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빅3의 처리 과정에서드러나는 문제점도 만만찮다.

산업은행 내에 대우조선해양의 재무제표를 볼 줄 아는 사람이 제대로 있었다면 2008년 이후 지난 8년간 영업현금 흐름이 계속 마이너스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병의 정도가 어느 수준이고, 이를 어떻게 해야할 지를 판단할 수 있는 근거인 진단이 제대로 안된 것이다. 회계학에서 현금흐름을 보는 것은 '가장 기초'적인 진단법인데, 이조차 제대로 못한 결과다.

이런 시점에서 제대로 된 진단 능력이 떨어지는 산은이 집도의로서 다시 조선 빅3를 수술하겠다면서 3사 모두 수술대에 올려놨다. 배를 가르겠다고 막무가내로 압박을 가하고 있다.

개복수술을 해야 할 기업인지, 약처방만 받고 통원치료를 하면 되는 기업인지를 분별할 수 없는 의사가 치료한다면 결과는 뻔하다. 전문성이 떨어지는 구조조정 전문가들은 빨리 수술실에서 내보내야 한다.

지금이라도 다른 전문의를 투입해 과거 의사의 잘못을 바로 잡고, 새로운 치료에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다.

오동희 기자 hunt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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