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9 (화)

구조조정 작업에 시중은행이 없다?…시중銀 발빼기에 국책銀 부담 가중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시중銀, 부실기업 대출 부실 땐 손실 ‘눈덩이’

수익성 향상과 자본확충 위해 추가자금지원 ‘난색’


[헤럴드경제=황혜진 기자]조선ㆍ해운 등 부실업종 구조조정에 대한 재원마련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가운데, 시중은행들의 이기주의로 인한 구조조정 지연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부실위험으로 기업금융을 제한하고, 가계금융에만 치중하면서 시중은행이 준소매은행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2일 기업금융 비중이 높은 우리ㆍKEB하나ㆍNH농협 등 세 은행장을 불러 회동한 이유도 이 때문이란 분석이다.

국책은행만으로는 구조조정이 버겁다는 판단이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시중은행의 부실기업에 대한 발빼기가 어이지면서 국책은행의 기업 구조조정 부담이 커지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KDB산업은행은 올해 금융권 빚이 많은 39개 기업집단의 30.7%인 12개 기업집단의 주채권은행을 맡고 있다.

거의 대부분 조선, 해운, 철강, 석유화학, 건설 등 5개 취약 업종에 속한 기업들이다.

이 가운데 절반인 6곳은 본사 또는 계열사가 자율협약 중이거나 자율협약 신청을 추진하고 있다.

헤럴드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우리은행이 주채권은행을 맡고 있는 13개 기업은 모두 정상이라는 점과 대비된다. 구조조정 부담이 산업은행에 몰려있다는 얘기다.

최근 이런 경향은 더욱 뚜렷해졌다. 조선과 해운 업종의 부실이 커지면서 건전성 관리와 추가 자금 지원에 부담을 느낀 시중은행들이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해 채권단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STX조선해양 채권단에선 우리ㆍKEB하나ㆍ신한은행이 발을 빼면서 산업ㆍ수출입ㆍNH농협은행만 남은 지원을 맡게 됐다.

성동조선 채권단에서도 시중은행들의 이탈은 이어졌다. 부실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작업이 국책은행에 몰리면서 국책은행의 부족한 자금과 전문성은 구조조정 작업의 또 다른 우려로 지적되고 있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2일 이광구 우리은행장,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이경섭 NH농협은행장 등 세 명만 불러 긴급 회동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해운업 뿐만 아니라 조선업종에서도 자구안을 요구해 구조조정을 위한 시중은행들의 협조가 더 절실한 상황”이라면서 “시중은행들이 수익성을 이유로 추가자금 지원을 거부하고 채권단에서 빠지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도 금융당국이 짚고 넘어가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겉으론 주채무계열 평가와 기업 신용위험 평가를 신속하게 하고 충당금을 충분히 쌓아달라는 주문이었지만 속 뜻은 발빼기로 독자행동을 하려는 은행들을 단도리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이 자구계획안을 내놓는 대로 경영 정상화를 위한 지원에 나설 계획인데, 이 과정에서 다른 채권은행들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현대상선 용선료 협상이 마무리되면 시중은행들의 출자전환 작업도 진행돼야 한다. 조선업 구조조정의 다음 차례인 중공업의 경우 시중은행의 역할이 더욱 요구되는 상황이다.

헤럴드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은행들도 할 말은 있다고 항변한다.

회생 가능성을 보고 워크아웃 기업 등에 추가 집행한 대출이 부실화하면 무조건 ‘잘못된 결정’이라며 책임을 물으려는 사회 풍토 탓에 적극적인 의사결정에 나서기 어렵다는 것이다.

수익성 향상과 자본확충 규제에 맞추기 위해서는 부실채권 보유 및 추가 자금 지원이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고 하소연한다.

김두일 연합자산관리주식회사(유암코) 이사는 효과적인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시중은행에 대해 과감한 유인대책이 필요하고 채권이 은행 내부 충당금이 아니라 합리적인 가격에 매각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정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과거 LG카드 사례에서도 보듯이 기업을 살려 은행과 기업 모두 윈윈하는 경우가 있을 것”이라며 “(은행들 입장에선) 당장 건전성이 문제겠지만, 미래를 봤을 때 옥석을 가려서 구조조정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조언했다.

hhj6386@heraldcorp.com

-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